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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kas way Feb 08. 2020

아내의 희망사항

아내의 희망사항은 소박하다.

얼마 전에 아내한테 전화를 해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아내가 하는 말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핸드폰으로 녹음을 했다.

그리고 아내한테 자기 희망사항이 뭔지 한번 들어보라고 녹음한 것을 들려줬다.

한 참을 듣더니 아내는 자기 목소리가 어색했던지 이상하게 힘없이 들린다고 , 자신이 없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아내의 희망사항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면허를 딴지는 벌써 20년이 넘게 흘렀고 최근에 운전을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운전을 잘하고 싶다는  거 하나

두 번째는 시간이 되면 악기 하나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고르자면 바이올린을.

나는 아내의 소망을 기억하고 있다.

자기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내가 언젠가는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더니 조금은 감동을 받은 눈치다.

오히려 내가 아내에게 감사한 일이 참 많다.

언제나 가족이 먼저다.

먹는 것부터 옷 입는 거, 화장품 하나 사달라고 안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생활하는 아내가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하다.

쇼핑을 가서 옷이라도 하나 사주려고 하면 그냥 몇 번 보다가 혹은 입어보더라도 

결국에는 절대 사지를 않는다. 그래서 내가 반강제로 카드를 계산했던 경험이 있다.

아내의 고마움에 보답하려면 나는 평생을 두고두고 잘해야 한다.

늙어서 따뜻한 밥을 같이 먹으며 서로를 위해주는 반려자가 되려면 말이다.


요새는 초등학생 아들, 딸이 방학을 해서 아내는 하루 종일 아이들과 같이 있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스스로 일어나서 

그때부터 문제집을 풀면서 공부를 한다. 얼마나 기특하던지.

이것도 아내가 시간과 공을 들여 아이들한테 습관이 몸에 베이게 노력한 결과다.

그래서 더 아내의 희망사항을 기억하고 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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