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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kas way Nov 28. 2019

아내는 치킨을 좋아했다~!!!

결혼한 지 12년이 지나서야 아내가 치킨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는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했던 나는 종종 치킨을 시켜 먹었다.

그럴 때마다 치킨을 시키면 한 마리를 나 혼자 다 먹었다.

달라고도 안 하고 옆에서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를 보면서 

'치킨 안 좋아해?' 물어보면 그렇다고 하면서 안 먹었던 아내다.

그런데 지난주에 아내가 옛날통닭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운양동에 새로 생긴 옛날통닭집에서 3마리를 사 와서 우리 4 가족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치킨을 사 오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가 치킨을 좋아했었구나 , 그런데 왜 신혼 때 치킨을 시키면 안 먹고 보기만 했어?'

했더니 '오빠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냥 안 먹었어' 하더라.

결혼한 지 12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알게 됐다. 아내는 치킨을 싫어하지 않았다.

옛날통닭 한 마리를 통째로 맛있게 먹는 아내였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지금까지 아들, 딸 키우느라 아끼고 아껴 쓰면서 알뜰하게 생활해 온 아내다.

치킨도 자기가 먹고 싶은데 이제야 나에게 사달라고 한 것이다.

언제나 아내는 자기보다는 우리를 먼저 챙겼다.

쇼핑을 가도 아들, 딸 옷을 먼저 챙기고 내가 사는 것은 마음껏 사라고 말해준다.

가끔 자기 옷을 사러 가면 몇 군데 보다가도 결국에는 핑계를 대며 다음에 산다고 미루기 일쑤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내가 사준다고 하면 마지못해 수긍할 때가 다반사다.

그렇게 아내는 40대가 되었다.

이제는 좋아하는 치킨은 마음껏 사주려고 한다.

나도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 살다 보니 무엇이든지 나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고마운 건 아내는 그 모든 것을 넓은 마음으로 수긍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고맙다. 그리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농담으로 나중에 따뜻한 밥을 먹고 싶으면 자기한테 잘하라고 한다.

그 말을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나는 앞으로 주말에 쓰레기도 같이 버리고 

청소기도 밀어주고 설거지도 하고 집안일을 같이 하는 남편이 되려고 한다.

사실 말만 앞서지 행동으로는 잘하지 못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씩 아내를 도와주려 한다.

매일 토요일 아침에 아내와 식탁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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