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
그러나 계절마다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봄이 되면 도다리 쑥국이나 쑥국, 여름엔 콩국수, 가을엔 전어회를 먹고 싶어 한다.
결혼 초기에 쑥국을 끓였다. 조개를 넣고 끓였다. “이 맛이 아닌데…….” 하여 이번엔 멸치로 육수를 내고 해 봤다. 마찬가지로 아니란다. ‘내 실력으론 안 되는구나.’ 하고 그만두었다.
쑥국이 이렇게 힘든데 도다리 쑥국은 어찌하나. 그냥 식당에 가서 사 먹었다.
며칠 전에 도다리쑥국 얘기가 다시 나왔다.
세월이 흘러 주부의 경력이 붙었다.
못하는 실력이지만 솜씨 좋은 언니들의 음식을 맛보았고, 검색이 있으니 해 볼 만했다.
“맛은 보장하지 못하지만 해 준다.”
시장에서 만 원에 세 마리를 사고 쑥 3천 원 치, 잔파 2천 원 치 사 왔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은 육수를 만들고 된장을 조금 풀어서 팔팔 끓을 때 도다리를 넣었다. 그리고 마늘과 양파를 넣고 조금 후 쑥을 넣었다. 간을 보니 괜찮았다.
한 그릇 가득 담아서 저녁상을 차렸다. 쑥 향이 올라오면서 간이 딱 맞다고 했다. 도다리의 살은 연하니 부드러웠다. 아들도 맛있다고 했다. 맛이 없다고 하면 또 안 해줄 것이니 그냥 맛있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맛이 없진 않았다. 남은 쑥으로 오늘 저녁엔 쑥전을 만들 생각이다. 검색을 해 보니 쑥에 다른 것 넣지 않고 해도 맛있다고 하여 그렇게 해 볼 예정이다. 이렇게 남편의 봄은 넘어가고 있다.
여름의 콩국수와 가을 전어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괜찮다. 돈만 준비하면 된다.
가을 전어는 내가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전어는 씹히는 맛과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해지는 식감이 좋다.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오면 11시를 훌쩍 넘겼다. 허기진 마음에 냉장고를 열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전어회. 살짝 차가우면서 초장에 찍어 먹는 달큰 고소함이 좋았다.
그때 유달리 맛있었던 건 왜일까. 입맛이 왕성했을 때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다 먹는 것이었을 수도 있고, 늦은 저녁 혼자 먹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시간과 추억은 지나고 나면 어찌어찌 포장이 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