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Apr 21. 2024

응급실에서

- 혈당 쇼크가 왔다.


 엄마가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있다는 전화를 받은 건 지금까지 두 번이었다. 

 한 번은 심한 변비가 원인이었고 또 한 번은 대퇴부 골절이었다. 두 번 다 약 2주 병원에 있어야 했다. 

 

변비로 인해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의외로 많았다. 심한 변비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쓰러지는 노인분들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심한 변비로 배는 아프고 변은 나오지 않아 간장을 하고 기다리고, 다시 약을 넣는 걸 반복하여 변이 나왔다. 나오는 변은 예상보다 많았다. 혹시 대장에 문제가 있는지 내시경까지 했다. 


 대퇴부 골절은 뼈가 약해 있다가 일어서면서 발생했다. 수술로 인공관절을 넣었다. 엄마 연세에 괜찮을지 걱정했지만 잘 견디셨다. 2주간 병원에 있다가 퇴원을 했다.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할 때마다 엄마의 몸무게는 줄어들었다. 병원이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병원에 있기 좋은 환자는 아니었다. 입맛이 까칠하여 입에 맞는 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주는 밥이 맛없다고 하였지만 외부 음식을 허용하지 않기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엄마, 그냥 약이다 생각하고 먹어야 해. 먹어야 퇴원을 하지."

 그렇게 말하면 알았다고 하였지만 많이 먹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이모나 엄마 친구분들이 엄마 입에 맞는 죽이나 음식을 해 올 수 있지만 코로나 이후로 병원은 바뀌었다. 가족 간의 면회도 제한하고 있었기에 방문은 물론이고 음식은 병원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퇴원을 했다. 다행스러운 건 예전보다 먹는 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걷기가 힘들었지만 지팡이에 의지하여 천천히 걷는 연습도 했다. 그렇게 좋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 3시경 전화가 왔다. 아버지였다.

 “엄마가 손에 경련이 일어나고 자꾸 가라앉는데 병원에 가자고 해도 안가네. 네가 와서 설득 좀 해볼래?” 

 

그날은 비가 와서 내 몸도 축축 처지고 있었다. 꼭 오늘 가야 할까. 다음 날을 생각하니 더 바빠서 시간 내기가 힘들 것 같았다. 무거운 몸을 끌고 부모님 댁에 가니 엄마는 아프다고 하면서 눈을 감은 채 손에 경련이 발생하고 있었다. 여태 이런 적이 없었기에  119를 불렀다. 병원 두 곳에서는 오지 말라고 했다. 사람이 아픈데 자신들의 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다고 하니 난감했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승낙하여 갔다.

 

 예전과 달리 응급실은 한산한 느낌이었다. 아프다고 말하는 엄마를 빨리 어떻게 해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엄마 순서는 금방 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들이 처치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피를 뽑고 링거를 달고 여러 가지 검사와 CT를 찍었다. 뇌 MRI도 찍었다. 뇌경색이나 출혈을 걱정하여 찍었는데 괜찮았다. 

 엄마는 당뇨와 혈압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결과는 당뇨 쇼크였다. 당 체크를 하니 처음엔 HI가 떴다. 인슐린을 투입하면서 조금씩 내려갔다.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아야아야 하면서 온몸을 비틀고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 진통제가 들어가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하루를 꼬박 지새웠다. 

 엄마가 아픈 원인을 찾았고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다. 다음날 병실로 이동했다. 간간이 배가 아픈 건 여전했다. 간장을 하니 밀려있었던 변들이 나오고 아픈 건 가라앉았다. 그제야 엄마는 눈을 떴다. 


 그런데 섬망증상이 왔다. 엄마는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빠를 원망하고 자신을 탓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의사는 쇼크로 섬망증상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엄마를 달래면서 현재의 상황을 말하고 왜 왔는지 설명하는 시간들이 있은 후 조금씩 회복되었다가 돌아갔다가를 반복했다. 

 죽이 나오고 밥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엄마는 맛이 없다며 몇 숟가락 먹고 수저를 놓았다.  많이 먹어야 힘이 난다고 했지만 맛이 없단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정신이 조금씩 회복되었지만 먹는 건 여전했다.


 여러 가지 검사 결과 콩팥이 나빠진 상태라 인슐린 주사로 당뇨를 치료해야 했다. 콩팥에 대한 교육과 인슐린 주사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는 동안 멘붕이 왔다. 콩팥이 나빠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게 거의 없었다. 이제는 당뇨 보다 콩팥이 더 문제가 되었다.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 거지? 갈수록 난관이다.  


엄마는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다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멀어져 가는 정신을 온전히 붙들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고 걱정이 많아지는 시간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도다리 쑥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