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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May 05. 2024

엄마를 찾아온 치매(癡呆)

- 치매의 원인과 예방법을 누군가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뭔가를 조금씩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않고, 잊은 것에 대한 생각조차 없어지면서 엄마의 인지기능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병원에 가기로 한 날,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겨우 통화가 되었다.

 “엄마, 오늘 어디 갔었는데?” 

 “모임에서 점심 먹었지.”

 전화를 받은 엄마의 목소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오늘 나랑 병원 가기로 했잖아. 잊었어?”

 “어. 그랬네. “ 

 그게 전부였다. 평상시 같으면 ”아이구, 깜박했네. 내가 왜 잊었을까. “ 이렇게 한탄을 하고 다시 약속을 잡자고 할 텐데 엄마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잊었다고 말하는 게 끝이었다. 

 이상했다. 엄마는 휴대폰으로 문자나 사진을 잘 보내고 재미있는 사진이나 멋진 게 있으면 내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그런 기능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상하네. 하나도 할 수가 없어. “

 ”그럴 수도 있지.  내가 가서 가르쳐줄게. “ 

 집에 갔지만  엄마는 휴대폰 기능을 묻지 않았고 알고자 하지 않았다. 


 이모들과 점심을 먹은 날, 전화가 왔다.

 ”엄마가 좀 이상하더라. 알고 있나? “

 ”예 아프고 나서 자꾸 잊어버리네. “

  이모들도 엄마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었다. 검사를 받아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결국 응급으로 병원에 갔다. 


 혈당 쇼크로 섬망증상이 왔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나아지기 길 바라는 우리의 바람과 달리 퇴원을 하여 집에 있으면서 강도가 세지고 있었다 

 퇴원하고 2주. 아버지는 엄마를 돌본다고 했지만 80대의 노인에겐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본인이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이 넘쳤다. 결과는 다시 응급실행. 탈수와 고혈당으로 쳐지는 엄마를 응급실로 이송.  


 엄마는 병원에 있으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면 사천이라고 했다. 사천은 엄마의 고향이다. 외할아버지도 보이고 외할머니도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울기도 했다. 온통 지난 시간들 속에 갇혀 있었다. 


 네 명의 이모가 번갈아 가면서 전화를 했다. 큰 이모는 걱정하는 전화였고, 둘째 이모는 아픈 엄마를 아버지가 아닌 우리들이 몇 달이라도 휴가를 내어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는데 화도 나고 짜증도 났다. 이모의 전화는 우리를 탓하고 있었다. 셋째 이모와 막내 이모는 현실적인 걱정을 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이동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아버지가 엄마를 돌보지 못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엄마를 찾아온 치매, 낮에는 그나마 얌전했다. 그러나 밤이 되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욕을 했다. 엄마가 환자임을 알지만 욕하고 화를 내는 모습은 나를 힘들게 했다.


 엄마가 치매에 걸린 게 두려운 건 아니다. 당뇨 합병증으로 콩팥도 나빠져 먹을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고, 입이 짧은 엄마가 먹을 수 있는 게 적은 게 안타깝다. 죽을 떠 먹이면서 이것도 먹어보자. 저것도 먹어보자 달래며 먹이고 있다. 그렇게 엄마는 우리의 도움으로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링거를 맞고 주사를 맞으면서 몸의 컨디션은 좋아지지만 치매는 계속 진행이 되고 있다. 아직 우리를 알아보기는 한다.

 몸의 힘이 떨어지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고, 정신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고……. 내 엄마이지만 내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엄마. 왜 이런 병이 생긴 것일까. 현재의 아픔이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과거의 기억 속에 사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것일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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