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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Dec 21. 2023

나와 아버지

-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작년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 그때는 읽지 못했다. 다른 책에 빠져 있었고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하니 대여중이었다. 그렇게 잊고 있었다. 


 며칠 전 도서관에 갔다가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 보니,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빌렸다. 책을 빌려서 맨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는데 빨치산의 딸이라는 말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지금은 반공반첩의 시대가 아니다. 70년대에는 반공을 유달리 강조하던 시대였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말인데 초등학교 때에는 박정희라는 이름이 그냥 대통령인 줄 알았다. 


 나는 사실 빨치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들이 저항한 이유와 처벌이라는 이름으로 제거된 방법은 비상식적인 것이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살았으며 어떤 대접을 받으며 생활했는지가 이 책을 통해 조금 비치고 있다. 


 이 책은 우선 술술 읽힌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동네 사람들이 소환되고, 아버지와 연관된 사람들이 나온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특별하다. 전기고문으로 자식을 낳지 못하게 되었지만 신통방통한 의사 덕분에 딸을 가졌으니 얼마나 귀하겠는가. 부녀관계가 사랑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내 아버지는 어떤가. 어릴 적에는 무서운 분이었다. 무섭기에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주 자상한 아버지를 가진 후배가 있었다. 딸만 셋인 집의 아버지였는데 그 아버지는 딸들이 원하는 것이면 뭐든 해 주었다. 학교 숙제는 기본이고 친구 같은 아버지로 부드럽고 자상했다. 그들은 내가 가진 거리감이 없었다. 그게 가능한 게 신기하기만 했다. 


 내 아버지는 독립심을 심어준다는 명분으로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다. 나는 첫째이기도 했고, 무엇이든 혼자 해결책을 찾아서 동분서주해야 했다. 어릴 때는 그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좀만 도와줘도 좋겠구만…….‘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나 엄마는 나를 도와주지 않은 게 아니라 도와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 4남매는 물론이고 삼촌들까지 뒷바라지해야 했기에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며 정지아라는 작가가 궁금해졌다. 마침 에세이가 있었다.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빌렸다. 제목처럼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지금은 자제하고 있지만 소싯적에는 나도 많이 마신 사람으로써 작가의 글에 백프로 공감하며 읽었다. 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어떤 마법 같은 게 있다. 술이 뭔지 잘 모르고 있다가 1학년 2학기가 되면서 술의 마력에 빠지게 되었다. 함께 자주 술을 마시며 어울렸던 내 친구들이 생각났다. 우리 세 명은 참 자주 마셨다. 지금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지내는 지 모르지만 언젠가 만날 수 있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모처럼 가슴이 설레었고, 읽으면서 멋진 문장에 줄을 그었고, 혼자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 책은 벌써 30만부를 찍었다고 한다. 그럴 만 하다. 읽을 때도 감동을 주지만 읽고 나서도 뭔가 자꾸 마음 한편을 건드리고 놓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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