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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Sep 03. 2023

그 고통을 누가 알까!

-참지 않는 여자들, 자일리 아마두 아말, 장한라, 율리시즈, 2023

 이 책의 저자는 카메룬 북부마을 마루아에서 태어나 17살에 중매로 결혼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람라, 힌두, 사피라는 카메룬의 가정폭력과 일부다처제에 노출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기록적인 느낌이 강하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남성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까. 여성과 남성은 성이 다를 뿐 그 무엇도 다를 것이 없는데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상처를 입고,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법으로 보호를 하고 있다. 아직도 법이나 제도나 관습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나라는 많다. 그중에 하나가 카메룬이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을 고발하고 있다. 고발하기보다 그들이 받고 있는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인내하라”이다. 이 말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어머니의 이름으로 여성에게 행하는 가장 많은 말이고 가장 큰 고통을 드러내는 말이다. “인내하라”는 말속엔 그동안 그들이 행한 온갖 만행이 들어있다. 그들의 만행을 숨기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카메룬의 여성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남성이 가하는 모든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희생자이다. 


 람라와 힌두는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가 다르다. 람라는 공부가 좋아서 학교에 다닌다. 학교를 졸업할 즈음 청혼을 받는다. 청혼한 남자는 학교에 다니며 람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 결혼을 하면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어서 받아들인다. 그렇게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은데 부자인 어떤 남자가 람라에게 청혼을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이니 람라의 부모는 앞서 받은 청혼을 물리고 받아들인다. 람라는 거절하지만 힘이 없다. 힌두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혼이 이루어진다. 이 나라에서 자신들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남자들뿐이다. 힌두의 결혼 상대는 사촌이다. 사촌은 직업이 없고 약으로 지내면서 엉망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힌두는 이 결혼을 거부하고 싫다는 말을 한다. 아무도 힌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힌두는 결혼 첫날부터 남편에게 맞는다. 얼굴이며 몸이 성한 곳이 없다. 도망을 쳐도 갈 곳이 없다. 어디를 가도 “인내하고, 참아라”라는 말만 난무한다. 힌두는 아이를 낳지만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힌두가 미쳤다고 한다. “아나, 난 미치지 않았다. 당신들은 대체 왜 내가 숨을 못 쉬게 막는 거지? 당신들은 대체 왜 내가 살지 못하게 막는 거지?”(141쪽) 이 고통의 세계에서 힌두는 잠들고 싶어 한다. 그녀의 희망사항만이 그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람라는 모두의 부러움 속에 결혼을 하지만 본인은 원하지 않는 일이기에 불행하다. 람라는 두 번째 부인으로 간다. 수피아는 첫째 부인이다. 수피아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람라를 쫓아내기 위해 갖은 수단을 사용한다. 돈을 사용하고 주술을 사용한다. 람라를 쫓아낼 수 있다면 뭐든 할 기세이다. 자신이 소유한 보석까지 판다. 람라는 본능적으로 수피아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걸 안다. 자신도 원치 않는 결혼을 했지만 다른 사람의 미움까지 받아야 한다. 수피아의 계략은 통하여 람라는 도망을 친다. 람라를 쫓아냈지만 수피아의 마음은 편치 않다. 왜 편치 않은지 그녀는 모른다.


 저자는 가정폭력과 일부다처제에 저항하면서 여성의 교육과 발전을 위한 단체 ‘사헬의 여성’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되었다. 저자와 같은 여성이 많이 나오고 그녀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커지면 카메룬에도 변화가 생기고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우리는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폭력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때리면 맞고 있지 말고 신고하든지, 아니면 도망치든지 해.”라고 쉽게 말한다. 실제로 폭력을 당한 사람은 맞으면서 바보가 되고 뇌의 기능이 정지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의 고통을 백 프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는 애한테 젖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것이 있으면 자꾸 표현하고 지적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윗세대가 저항하고 고통을 받았기에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 제도에 맞서고 있는 카메룬의 그녀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찾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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