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은 언제나 두려움 위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마음이 복잡한 아이였다.
사소한 일에도 오래 망설였고
앞으로의 일을 미리 걱정하다가
혼자 지쳐버리곤 했다.
두려움은 늘 먼저 달려 나갔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가다
종종 눈물에 젖어버렸다.
눈물은 두려움의 언어였고
나는 그 언어로 자주 하루를 마무리했다.
대학 원서를 쓰던 밤.
모니터 위에서 깜빡이던 커서는
내 인생의 문턱 같았다.
손끝은 식어가고
머릿속은 수십 갈래의 길로 쪼개졌다.
그러나 결국 나는 버튼을 눌렀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머뭇거림 속에 머무르는 것이
더 큰 두려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날 알았다.
결정은 두려움이 사라진 뒤에 내리는 게 아니라
두려움이 가득한 채로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첫 회사를 정하던 날도 그랬다.
사람들은 “첫 회사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내게 축복이 아니라
더 무거운 짐처럼 들렸다.
나는 조건을 따지고, 가능성을 저울질했지만
정답은 끝내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멈춘 채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불안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심장은 쉴 새 없이 두드렸지만
그 두드림조차
나를 앞으로 내미는 북소리 같았다.
자취방 계약서를 마주하던 날.
내 이름 옆에 찍힌 작은 도장은
묘하게도 큰 울림을 남겼다.
종이 위 붉은 원은 단순한 인주가 아니라
이제부터 내 몫을 살아내야 한다는
세상의 서명처럼 보였다.
사무실 문을 나서던 순간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차갑지만 따뜻했고
낯설지만 든든했다.
그 바람은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두렵더라도, 이제는 네 차례다.”
돌아보면 나는 자주 불안했고
그 불안 때문에 많이 울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그건 내가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그 신호를 따라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삶을 감당하는 법을 배워갔다.
어른이 된다는 건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두려움을 문제로 바꾸고
그 문제를 스스로 끌어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두려움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떡해. 그래도 해야지.”
삶은 언제나 우리 앞에 질문을 내민다.
그 질문은 때로 두려움의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그러나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 얼굴은 서서히 다른 빛으로 바뀐다.
그 빛은 성장이고
그 빛은 책임이며
그 빛은 성숙이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그러나 두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 한 걸음이 나를 어른으로 만든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두려움 속에서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흔들리고, 울면서도
끝내 다시 일어나 걷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두려움이 없는 삶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끝내 살아내는 삶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우리 모두, 이미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