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어떤 것
나는 오랫동안 사랑을 주는 일에 익숙했다.
먼저 이해하고 먼저 내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 믿었다.
그게 성숙이고 헌신이고
어른스러움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텅 비어 있었다.
사랑을 주면 줄수록 고요한 허기가 남았고
누군가를 위해 애쓰면서도
이유 모를 외로움이 따라왔다.
그제야 알았다.
사랑이란 증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순간 완성되는 일이라는 걸.
어느 날
말 한마디 없는 다정함이 내 앞에 있었다.
그 다정함은 조용했고, 느렸으며 오래 남곤한다.
그 온기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결핍과 불안그동안 감춰둔 마음의 틈들이
이해받는 감각 안에서 서서히 녹아내렸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이해의 형태로 존재하는구나.‘
사랑을 이해로 온전히 마주했을 때
마음은 비로소 두려움을 놓아주었다.
받는다는 건 단순히 누군가의 마음을 허락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스스로에게 내리는 사소하지만 단단한 허락이었다.
괜찮다고, 아직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속삭여주는 일이었다.
사랑은 주는 용기보다 받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누군가의 다정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나를 덜 의심하게 되었고
세상을 덜 미워하게 되었다.
사랑은 그렇게 나를 바꾸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제야 알았다.
사랑은 불꽃이 아니라 온도였다.
빠르게 타오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조용히 스며드는 온기가 오히려 오래 남았고,
그 온기가 마음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고,
냉소적이며, 쉽게 상처받는다.
사람들은 이해보다 판단이 먼저고
다름보다 옳고 그름이 앞서는 시대를 살아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한다.
다정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끝내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그 마음이야말로 이 차가운 시대를 버티게 하는
마지막 온기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다.
불완전한 두 사람이 서로의 결을 배우며 조금씩 따뜻해지는 일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서로의 어둠을 이해하며,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한다.
사랑을 받는다는 건 누군가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그 진심이 닿을 때 세상은 잠시 멈추고
모든 복잡한 감정이 한 줄기 빛으로 정리된다.
그 빛은 빠르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잔잔하게 번져서,
삶의 구석구석을 오래도록 밝혀준다.
온전하게 받는 순간 사랑은 완성된다.
그 순간 사랑은 더 이상 감정이 아니다.
그건 하나의 숨결이 되고,
삶을 견디게 하는 온기가 되며
서로를 잊지 않게 하는 기억이 된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사람이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사랑뿐이라는 것을.
거창한 정의가 아니라 작은 이해와 조용한 용서와
끝내 잃지 않는 다정함으로.
그 모든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덜 차갑게 만든다는 것을.
사랑은 불완전해서 아름답고
이해받을 때 완성된다.
그리고 그 이해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
[오늘의 추천곡]
https://youtu.be/19oT04OuBhg?si=cnccHDJglEFN3WB-
이찬혁-멸종위기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