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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별 Mar 27. 2023

불행해도 괜찮다? 소소한 근심과 함께 하며 사는 법!

작년 말에 이사를 하고 일상의 루틴을 되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운동 (요가와 수영)과 영어 공부 (매일 아침 EBS 모닝 스페셜 듣기)는 일상의 재건을 돕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 몸은 버티지를 못했다. 12월 말, 나는 코로나에 재 감염되었다.


건강을 다시 회복하고 나니 남은 것은 두 달 남짓의 방학. 그 긴 시간을 나름 보람차게 보내겠다고 많이 도 애썼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올해 입학한 둘째를 적응시키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지만 그래도 이쯤 되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삶의 안정을 얻기란 원래 쉽지 않은 것인가? 둘째가 급작스럽게 다치더니 뒤 이어 두 아이가 한 달째 감기로 고생 중이다. 계속되는 기침소리에 주말마저 고되다. 이 기침의 소굴에서 언제나 해방되려나. 애들이 아파 마음이 안 좋은데 설상가상으로 계획했던 강의도 무산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목도 따끔하다. 울적한 마음을 떨쳐보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가 마주한 오늘의 문장들



"행복의 계획은 실로 얼마나 인간에게 큰 불행을 가져다주는가.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것은 대게 잠시의 쾌감에 가까운 것.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이를테면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라고 근심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금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들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p.23.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저


저자는 행복은 지속될 수 없는 것이기에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또다시 불행해진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느니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자고 말한다. 그런데 언뜻 철학적으로 보이는 이 말은 사실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아래는 두 번째 펼친 책에서 만난 문장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행복을 좇습니다. 세상에 행복이 있다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돈이든, 사랑이든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고 좇지만, 욕망이 충족될수록 욕망은 더 커져만 갑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욕망의 충족조차 습관화된다고 말해요. 진화심리학자이며 인류학자인 대니얼 네틀은 <행복의 심리학>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진화는 우리가 직접 행복을 얻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행복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진화는 다음에 나올 무지개 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 무지개 너머에 이르면 또다시 다음 무지개 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속임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원래 궁극적인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중략-


사실 우리는 예상한 만큼 행복하거나 불행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깨지고 실연을 당하면 오랫동안 불행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로는 원상태로 돌아가는 데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걸려요. 우리 마음에 '회복탄력성'이 있어서 불행을 견디고 어려움을 잘 헤쳐나갑니다.



pp. 140-150 내 생의 중력에 맞서, 정인경 저


저자는 책에서 "우리 뇌는 오늘 좋으면 어제도 좋았고, 내일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지각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뇌의 영역이 동일한 노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과거의 기억이나 현재의 지각이 불완전하기에 미래의 예측에 맞지 않는다."라고 한다.


위 설명에 의하면 나의 예측 (코로나 격리 해제 후 다시는 감기에 안 걸릴 것이다.)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었다. 내 건강을 맹신하기보다는 애들이 감기 바이러스를 사방에 투척하고 다녔을 때 마스크를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편이 더 과학적이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일로 기분이 우울하긴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이런 게 인생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완전함이 아닌 불완전함, 행복이 아닌 소소한 근심을 누릴 수 있도록 오늘은 다가올 내일에 대한 기대를 내려두고 잠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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