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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Dec 28. 2021

모르는 일을 마주하는 자세

처음 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 누가 있겠으랴. 누구나 서툰 시기가 있고 누구나 잘 모르는 시기가 있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말이다. 부푼 마음으로 회사에 입사해 일을 하다 보면 마치 내가 어린아이가 된 거 같고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말들은 왜 그리 많은지, 학교에서 배워왔던 것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일을 익숙하게 할 수 있는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회사에서 생활하고 일을 하는 데 있어 서툰 부분들은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고 익숙해져 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대처하는 유형은 2가지가 있다.


1.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는 유형

모른다는 것은 긍정적인 상태는 아니다. 아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당연히 모를 수 있다. 처음 접해보는 일을 아는 사람이 더 신기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가진다. 여기에서 또다시 유형을 나눠볼 수 있다.


1-1. 모르는 게 부끄러워 알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

내가 모르는 상태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이리저리 물어가며 적극적으로 일하는 유형이다.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의욕의 원천이 바로 모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부끄러움에 있는 사람들이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격으로 볼 수 있겠으나, 알아가는 과정이 길어지고 노력해도 잘 모르는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는 쉽게 좌절감도 느끼게 된다. 바람직한 상황을 바라는 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벗어나는 데에 목적이 있기에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유형이라 할 수 있겠다.


1-2. 모르는 게 부끄러워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유형

어렵다. 어려운 사람들이다. 모르는 게 부끄럽기 때문에 하지 않으려 하고 피하려고만 한다. 내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려 한다. '난 잘 모르니까 나한테 시키지 마세요'라고 표정에 쓰여있다. 회사에 입사를 했으면 맡겨진 일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인 건 알지만 회피에만 목적을 두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나마 잘 아는 일이라도 맡기는 게 최선인 유형이라 할 수 있겠다.


2.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유형

모르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해 안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은 딱히 들지 않는다. 여기에서 또다시 유형을 나눠볼 수 있다.


2-1. 모르는 건 부끄러운 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한 유형

나에게 역할이 주어졌다. 그렇지만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건 당연한 것이다. 처음부터 익숙하게 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해보고, 그 과정에서 여기저기 도움도 구해본다. 지금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의욕의 원천은 바로 나에게 일이 주어졌다는 것 그 자체이다. 맡겨진 일을 완수하기 위해 모르는 부분은 물어가면서 하면 된다. 거침없고 적극적이며 능동적이다.


2-2. 모르는 건 부끄러운 건 아니기 때문에 배째라 유형

나에게 역할이 주어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한테 왜 이 일이 맡겨졌는지도 도통 알 수가 없다. 모르는 일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난 잘 모르니까 다른 사람한테 일을 시키는 게 나아 보인다. 그냥 나는 내가 아는 데까지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 그래야 일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일은 열심히 한다는 데에서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없진 않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정적으로는 월급 받고 일하는 건데 당연히 무슨 일이 맡겨지든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성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사람들인 만큼 일을 하는 태도와 자세도 다 다르다고 보는 것이 속편 하다. 이에 성향에 따라 적절한 업무를 맡기는 것이 조직의 입장에서도 효율적이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일을 1번 유형(모르는 걸 부끄러워하는 유형)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현재 하지 않고 있는 사업, 즉 아직 아무도 해보지도 않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을 맡길 수 있을까? 그래도 1-1번 유형(1-1. 모르는 게 부끄러워 알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 잘할 수 있을까? 1-1번 유형은 모르는 상황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데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일에는 두려움을 느낄 것이고, 이는 의욕이 고취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좌절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루틴하게 돌아가고 매뉴얼대로 하면 되는 업무는 1-2번 유형(모르는 게 부끄러워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유형)이나 2-2번 유형(모르는 건 부끄러운 건 아니기 때문에 배째라 유형)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본인이 아는 업무나 익숙한 업무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2-1번 유형(모르는 건 부끄러운 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한 유형)에게 맡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신사업 개발이나 신제품 개발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신입사원 시절 나에게 오는 전화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전화를 건 사람이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볼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신입사원이니 모르는 게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전화를 받는 일이 편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반면에 어떤 동료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다른 사람의 전화까지 덥석덥석 받기도 했다. 모르는 게 부끄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동료나 나나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려고는 했으나, 근본적인 의욕의 원천은 다르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 회사이다. 성향에 맡는 일을 맡길 때 성과가 나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 업무를 맡기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며, 그중의 하나는 바로 모르는 일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부끄러워하는 사람을 나무랄 일도 아니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을 칭찬만 할 일도 아니다. 성향과 자세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일을 맡기면 될 일이다. 그래야 직원들도 의욕이 생기고 회사도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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