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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워녕 Apr 15. 2022

카페 사장의 일희일비(一喜一悲)

feat. 매출 보존의 법칙


  하루는 일희(一喜), 하루는 일비(一悲)하며 살아가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는 말자'가 인생을 향한 나의 태도였는데, 일희일비가 지금, 내 삶을 뒤흔들고 있다.






  '살아지니까 그냥 산다'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게 삶을 향한 나의 자세였다. 이왕이면 열심히 살고, 할 수 있다면 감사하며 사는 건 삶을 향한 나의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 나는 흔들려서는 안 되었다. 삶은 좋은 것만 주지 않기에. 세상의 온갖 힘든 일들과 어려운 일들로 인해 나는 좌절하면 안 되었다. 일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걸로 인해 내 영혼이 침식되도록 놔두어선 안되었다. 나는 살아야 하므로. 열심히, 감사함으로 살아내야 하므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 일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나 스스로가 그 일을 '큰 일'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깟 것들'.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깟 일들로 이 내가 절망할 수는 없지.' '감히 내 영혼을 건드리게 할 수 없지.'



  매출 보존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어느 하루 매출이 말도 안 되게 급상승한 날이 있으면 어느 하루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닥을 치는 날이 있어서, 아무튼 한 주, 한 달의 매출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이다. 이 매출 보존의 법칙은 '아무튼 매출은 보존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매출은 보존성이 있어서 쉽게 상승하지 않는다'는 안타까움 또한 시사한다.


  그날그날의 매출의 상승과 하락은 결국 '보존'으로 향한다. 손님이 많이 오면 '오늘은 선방했네'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내일은 또 어쩌려고 이러나'하는 두려움도 든다. 손님이 오지 않으면 '내일은 손님들이 좀 오시려고 이러나'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내일도 이러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든다. 그럭저럭 보존되는 날은 '보존이라도 되니 다행'일 수도 있고 '더 벌어야 하는데 간신히 보존'일 수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때의 기분과 감정도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이걸 뻔히 알면서도, 그럼에도 나는 이 두 양갈래의 생각과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흔들린다. 몰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그리고 오지 않는 손님들을 기다리면서 나는 일희(一喜)하고 일비(一悲)한다.




  하루하루 흔들린다.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이 속에서 나는, 내 영혼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깟 일들. 나는 좌절할 수 없다.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일희(一喜)하며 힘을 얻는다.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텐션을 높이면서 '그래, 열심히 한 번 살아보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나를 보고 오는 손님들을 만나면서,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뿌듯함과 내일의 에너지를 비축한다. 일희(一喜)가 주는 힘이다.


  일비(一悲)하며 생각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뭐라도 더 해야 한다. 뭘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손님들을 더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포스터를 새로 만들어 붙일까, 쿠키 스티커를 새로 만들어 붙일까, 바깥에 내놓은 배너를 새 걸로 바꿀까, 테라스 테이블에 꽃을 놓아볼까,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볼까, 인스타그램 광고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 새로운 이벤트를 한번 열어볼까, 자주 오는 단골손님에게 가끔 서비스로 줄만 한 게 뭐가 있을까, 그리고, 또...' (참고 <I가 장사를 할 때>) 일비(一悲)가 주는 힘이다.


  나는 매일매일 일희일비하며 무언가를 더 하고, 더 생각한다. 기쁨과 슬픔이 내 삶을 넘나들지만 그로 인해 휘청할지언정 넘어지지 않는다. 일희(一喜)든 일비(一悲)든, 잠시 지나가는 바람임을 안다. 바람은 바람일 뿐. 흔들리지만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나의 소중한 에너지원이 되어 내 삶을 계속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의 힘이다.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오랜만에 카페에 방문했다. 4개월 만이다. 반가움을 나누고 그동안 잘 지냈냐는 인사를 나누는데 아르바이트생이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뭐가 엄청 많이 바뀌었네요! 와, 계속 뭘 하고 계셨군요!"






  봄이다. 봄바람이 분다. 봄바람이라고 다 산들산들 부는 건 아니다.


  카페 앞에 꺼내놓은 배너가 세찬 봄바람에 펄럭인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배너를 보며 노심초사하고 또 안도한다. 나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카페 사장이다.


  +) "삶은 좋은 것만 주지 않아." - 뮤지컬 <프리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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