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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Nov 26. 2023

파라다이스, 내가 만들어주마

싱가포르 - 센토사(Sentosa)


'행복하세요' 

'부자 되세요' 

우리가 원하는 삶이 흔히들 저런 것인가 봅니다.

그러니 사회생활 시 유용하게 쓰이는 덕담이 되었겠지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말문을 뭐라 닫을지 모를 때 그냥 막 갖다 쓰는 것도 같습니다.

어정쩡한 관계의 이들에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호의적 표현 같은 거죠. 

가만 보면 뻥 뚫린 공허한 외침 같기도 해요.

물론 지금 내가 숨을 쉬고 배불리 한 끼를 먹었다는 것 자체로 더 바랄 것 없는 감사를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에 만족하는 생명체가 아니니까요.

그냥 멈추어 있는데 갑자기 기쁨이 샘솟는 것도 갑자기 돈이 불어나는 것도 아니니

가벼운 저런 인사치레는 생략하고 다른 말이 어서 유행으로 찾아오면 좋겠네요.


학창 시절에 외웠던 대로 싱가포르는 도시 국가입니다.

쓰레기 하나 버리면, 공공규칙을 안 지키면 벌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전설 속 그곳.

네, 깨끗하고 질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동북아 금융의 허브답게 화려하고 멋들어진 빌딩숲도 대단하고 

클락키(Clarke Quay)에서 리버사이드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보트키(Boat Quay)의 야경도 일품이고

멀라이언 파크(Merlion Park)의 밤과 낮 풍경도 세계인의 이목을 끌만 했어요.

사자 동상과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모습은 너무 익숙해서 반갑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저의 싱가포르의 원픽은 센토사(Sentosa)라고 말하겠어요.

센토사섬은 관광과 휴양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이 안에서 마음껏 즐기라는 건지 섬 내에서 셔틀버스와 모노레일이 무료예요.

유니버셜 스튜디오(Universial Studio)를 비롯한 액티비티가 잘 되어있는데요,

저는 그중 센토사 세 곳의 해변이 파라다이스 같았습니다.

실로소비치(Siloso), 팔라완비치(Palawan), 탄종 비치(Tanjong)인데요, 

인공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으면 그저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작은 천국 같았어요.

물빛도, 야쟈나무도, 모래사장도 환상적이었죠.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저의 원픽은 팔라완입니다.

여기는 아시아 최남단(The southernmost point of continental Asia)이라고도 하는군요.

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와 같이 해변을 거닐었는데

각자의 싱가포르 여행 추억에 이곳이 깊이 남아있답니다.


손발이 묶인 듯 이도저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물리적으로 도망칠 수 없다면 우리는 보통 그 자리에서 돌파구를 찾죠.

시간을 내든 아니면 일하면서 딴짓을 하든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보거나 기사를 보거나 sns를 하거나 

그냥 허튼 검색을 하면서요.  

그렇게 사는 거죠 뭐.

그게 내 마음속에 잠시나마 파라다이스를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 언젠가의 취업, 이번 달의 매출, 한 달 뒤의 월급, 

미래 어느 때의 행복과 부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게 현실적이고 급한 우리 인생의 책무인 것 같아요.

내일이 올지 안 올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꼭 어딜 가야, 돈을 써야 휴식은 아니니까요.

물론 '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합니다만.

바다도 땅을 만들어 건물을 올리는 마당에 

내 마음에 천국의 자리 비워놓고 쌓아 올리는 것 못하겠습니까.

대신 매일매일 그 내용은 달라지겠지요. 

근데 뭐,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까 힘든 거죠 헤헤.

인공섬을 파듯 내 마음에 휴식처를 만들어주어야겠습니다. 

모쪼록 오늘도 풍요로운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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