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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Nov 25. 2023

세상 모든 로맨틱을 위하여

프랑스 - 파리(Paris)


세상 모든 로맨틱은 파리로부터 온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밴드 잔나비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외딴섬 로맨틱'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정지용 시인의 '오월 소식'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았대요.

시 구절 중 '외따른 섬 로만팈을 찾어갈가나'가 있는데

옛 단어가 끼어있는 자체로도 운치가 느껴지지 않나요.

저의 슈퍼스타들이 지금 파리를 여행 중이라던데

그래서인지 제 인생 첫 배낭여행지였던 파리에서의 일주일이 더 생각나더군요.

4일짜리 뮤지엄패스로 하루종일 구경 다니던 그때의 설렘과 긴장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우리 동네처럼 가장 많이 걸어 다닌 곳은 시테섬(Cite)이에요.

섬은 섬인데 한강의 밤섬처럼 센강(Seine)으로 둘러싸여 있죠.

그리고 영화가 남겨준 이미지, 낭만적인 이름의 퐁네프다리(Pont Neuf)와 연결되어 있어요.

게다가 파리의 랜드마크인 노트르담성당(NotreDame)까지!

로맨틱이 넘쳐흐릅니다.

실제로는 파리 중심에 위치하지만 저에게 붕 뜨는 기분을 안겨줬던 이곳은

저만의 외딴섬, 외따른 섬으로 기억됩니다.


안타까운 건 2019년 화재로 성당이 불타 지금은 출입이 불가하다는 거예요.

운이 좋다고 하긴 그렇지만 아무튼 저는 그전에 여행했던 터라

성당에 여러 번 들어가 기도도 하고 구경도 하고 쉬기도 하고 방명록도 썼는데 말이죠.

다시 파리를 갈 날이 온다면 지금의 공사 중 모습이 아닌 그때의 위용을 보고 싶군요.

남대문이 복구되었다고 옛 남대문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존재감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사람들이여, 문화재를 아껴줍시다, 제발.


시테에는 파리 최초의 감옥이자 마리앙투아네트가 투옥된 곳으로 유명한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도 있어요.

당시 감옥은 유료로, 지불한 금액에 따라 3가지 컨디션으로 구분되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돈은, 언제든 있어야 하는 것이군요.


아, 그리고 제가 정말 놀랐던 순간이 있어요.

센 강에서 키스하던 연인이 아닌

앵발리드(Invalides) 군사박물관에서의 키스였죠.

세상에,

대포에 그런 조각이 새겨져 있더라고요.

갑옷과 무기들이 전시된 무시무시한 곳에서 그런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낭만인가 봅니다.


당신과 나의 잃어버린 로맨틱은 무엇일까요.

그 낭만을 위하여, 지금 다시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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