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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Nov 24. 2023

강 흐르는 낮과 밤

체코 - 프라하(Praha)


 진 후 블타바강(Vltava R)을 걷다가 느꼈어요.

나이와 철듦은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요.

교만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겸손은 치열하게 싸운 후에야 얻어지죠.

스마트폰으로 인해 겉으로는 과도하게 목과 어깨가 굽어져 있지만 

내적 고개는 이전보다 얼마큼 숙여졌는지 자신할 수 없어요.

가끔씩 나도 모르게 이불킥 하는 건 그간의 과오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까닭인데

그런 걸 보면 내 인격의 각도가 미세하게나마 변해가는 것 같긴 합니다.

취업 최종 시험을 앞두고 저는 결심했어요.

'내가 이 시험만 패스하면 이제 더는 내 인생에 공부란 없다'

내일이 없는 듯 죽도록 공부하는 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죠.

그런데 사람은 안 변해요. 

목표가 없으면 불안한 사람이라 늘 다음 계획을 갈구하거든요.

사실 저는, 나이 들수록 배움에 더 치열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면 자신의 지혜와 지식을 과대평가을 할 위험이 높아지니까요.

그래서 인문학이든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화술이든

진리로운 것들에 의지하는 게 방법일 것 같아요.  

그런 공부는 특히, 평행선을 긋는 너와 나 사이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보호막이 되어줄 테니까요.


프라하는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 관광객들이 많죠.

예전 어떤 드라마가 그 시작이었을 겁니다.

관광객이 밀려오면 나라 전체의 GDP는 올라가겠지만

현지인이 겪는 관광공해는 어느 정도일지...

그런 곳에 살아보진 않았지만 가히 짐작은 됩니다.

여행을 하다 몹시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면 여기 살고 싶다 하다가도

이내 마음이 접어지는 이유가 저는 그것인 것 같습니다.

하하, 여우의 신포도 일수도 있겠죠?


대학교 선배가 교사 생활 2년을 마치고 결혼하고 프라하로 갔어요.

대학생 때부터 만나던 남자친구였는데 거기 살았거든요.

그 언니는 년이상 아직도 휴직 중이에요.

거기서 아이 셋을 낳아 육아휴직을 연달아 썼거든요.

이 유지되는 대신, 늙어서 못 받을 가능성이 높은 그 연금을 내느라 매년 목돈을 송금하고 있다네요.  

그게 이득인지 손해인지는 세월이 흘러봐야 아는 거겠죠.


저 흘러가는 강처럼 우리 인생도 흐릅니다.

부디 그 파고가 높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잔잔할수록 생의 재미도 떨어지겠지만

어차피 삶에 고난은 제 발로 찾아오니 소망이라도 저기에 두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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