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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Jun 05. 2023

넌 그렇구나, 난 아닌데

태국 - 방콕(Bangkok)


태국 하면 방콕, 방콕 하면 카오산로드.

카오산로드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립니다.

거리 양옆으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데

배낭에게 어울리는 바이브라는 의미겠죠.

저도 혼잡한 교통을 뚫고 찾아가 봤는데

규모도 노점수 가격

회자되는 상징성과는 차이가 있어뵀어요.

간 김에 저도 사람 많은 샵에서 마사지를 받고 길에서 팟타이와 쌀국수를 먹었어요.

분위기라는 게 한몫하잖아요.

전 세계 배낭객들 사이에 나도 있었다, 하는 무용담 하나 얻은 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요.

아, 이 동네 랜드마크인 맥도날드 동상을 직접 본 것도 매우 반가웠습니다.

캄보디아에서 4년을 근무하고 한국에 온 영국남자가 저에게 말했었어요.

거기는 자기 취향 아니었다고요.

그 거리의 명성은 지금도 유효한데 의외의 후기인걸?

가서 보니 저도 그의 취향더군요.

분명 많은 여행자들의 호응을 받는 곳이지만 벌써 그와 나 둘만 해도 다른 인상을 갖고 있요.

대중의 취향이 나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베스트셀러를 모른 체 할 순 없지만 구매할 만큼의 공감은 안 되고

음원차트 탑 100 중에 다시 찾아 듣고 싶은 곡이 하나도 없거든요.

책과 음악은 나의 일부지만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그의 문체,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음색에 끌리거든요.

시도는 두루해도

종착역은 결국 정해져 있더라고요.

각자의 이덴티티를 나열해 보면 참으로 다채롭죠.

또 깨닫게 돼요.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너는 그렇고

그들은 그런 거구나.

다들 달라.

싸우지 말자.

싸워봤자 어차피 달라.


나이와 철듦은 비례하지 않.

교만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겸손은 치열하게 싸운 후에야 얻어지고요.

스마트폰으로 인해 겉으로는 과도하게 목과 어깨가 굽어져 버렸지만

내적 고개는 이전보다 얼마큼 숙여졌는지 저는 자신할 수 없요.

가끔씩 나도 모르게 이불킥 하는 건 그간의 과오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까닭인데

그런 걸 보면 내 인격의 각도가 미세하게나마 변해가는 것 같긴 합니다.

나이 들수록 배움에 더 치열해야겠어요.

새로운 목표를 말하는 게 아니고

인문학이든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화술이든 뭔가 진리로운 것들에 관해서요.

안 그러면 '라떼는 말이야'가 더는 남의 레퍼토리가 아닌 게 될 테니까요.

그런 공부는 특히 평행선을 긋는 너와 나 사이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보호막이 되어줄 테고요.


저는 외국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고개 숙이며 인사할 때가 많아요.

동년배까진 몰라도 어른한테 '헬로'하며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게 왠지 어색해서요.

그럼 그게 재밌는지 웃으며 따라 하는 외국인이 있더라고요.

태국 인사법은 가슴 앞에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

저도 그를 따르게 되더군요.

왠지 더 상대방의 안녕을 빌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오늘도 평하세요.

싸와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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