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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명랑한삐삐
Jun 05. 2023
사라지지 않을 것들에 대하여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
십여 년 전 직장 선배 한 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에서 결혼을 했어요.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큰 일 나는 줄 알던 사람이라
식을
서둘렀던 것으로
기억해요.
신랑신부
둘 다 무교인데
남편분이
식
장으로 여길
골랐대요.
'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그
대로일 장소가 어디일까'에 대한 답이었
다
네요.
성당 결혼식은 부
부 중 한 명만 세례를 받아도 된
다고 하
는
군요.
그래서
남편분만 세례를 받
았고
결혼식
후엔
발길을 끊었
답니다.
남편분의 바람대로 그들의 '결혼식장'은 무궁토록 그 자리에 있겠지요.
그 선배와는 결혼식
얼마 후부터
연락이 끊겨 지금 어떻게 사는지는
모르겠어요.
사라지지 않을 것에 의지했던
그들
.
자신들의 결혼서약을 잘 지켜나가는 중이면 좋겠군요.
저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마드리드로 넘어와
세비야, 그라나다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갔
습니다
.
스페인에서
가장 긴 일정이었고 기
대만큼 좋았습니다.
가장
흥분됐던 건
FC 바르셀로나
경기 관람이었어요.
처음엔
티켓값에 포기했다가 도
저히 안 되겠
어서
경기 당일 아침 일찍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캄프 누(Camp Nou)로 갔어요.
거의 매
진이고 가장 싼 좌석 몇 개가 남아있었어요.
저는 3층 꼭대기
좌석을
한 개
샀습니다.
6만 원이 넘었어요.
아틀레티코 마드
리드와의 경기였는데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가
각각 한 골씩 넣어
홈팀이 3대 1로 이겼어요.
홈관중들에 동화되어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유럽에서 제일
큰 축구장
, 수용인원 십만.
그럼에도 경기장 입출입에 아무 불편이 없고 밀물과 썰물처럼 부드럽더군요.
그날 저는 그게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스페인이 축구로 유명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재 그 슈퍼스타
들은
모두
다른 클럽
으로 갔
지만
바르셀로나 관중들의 열정과 질서는 변치 않았겠지요.
그게 곧 그들도 자부심 아니겠어요?
때론
GDP보다 시민의식이 국가의 지표로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
많은 여행자들
을
카탈루냐로
불러들인 건
아
마 그분일 거예요.
저
또한 저항 없이 이끌려왔죠.
도시 전체가 예술이라 느낀 건 파리 이후 10년 만인 것 같군요.
걸음걸음 공기 중의 영감을 흡수하는 느낌이랄까요.
책에서만 보던 건물들이 길에 주욱 서 있
어요.
시내를 걷거나 버스 타고 지나다 보면
산
파우병원, 구엘공원, 카사밀라, 카사바트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
이
그냥 거기 있는 거예요.
제 고향의
상징이 된 건축가.
자신의
유물들이 영원토록 고향을 빛내겠지요.
제가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간다고 하니
십 년 넘게 봬온 치과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
언젠가는 고향이 그리울 날이 있을 거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난 현재, 요새 부쩍 그 말이 떠올라요.
제 고향에도 누구누구 이름을 딴 장소들이 있는데
자랑스럽다기보다는
굳이 이름을 저렇게 넣어서 꼭 표시를 해야 되나, 했거든요.
근데 그들이 열심히 살아온 트로피인 것도 같군요.
저도 언젠간 고향에 더 당당해지고 싶네요.
지금으로선 요원하지만요.
가우디는 미사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 노면전차에 치여 3일 만에 세상을 떠났어요.
볼품없는
행색 때문에
노숙자로 오해받아
무시받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거예요.
허망한 귀로네요.
그의 사후
곧
100년이 되어
갑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41년째(2023.1월 현재)
공사 중이에요.
애초에 공사기간을 200년으로 잡
았었
기에
계속
여유롭게
바라봐주면 되겠군요.
그래도 원
래
계획보다 수십 년 빨리 완공될 거라고 하니
그
때 꼭 보러 가려고요.
그의 헌신과 예술세계는
사라지지 않고
지구멸망 때까지 회자
될 거예요.
'나의 후손들이, 다음 건축가가 이 건축물을 완성시키고 이곳에 빛을 내려주리라'
했던
그의 말처럼
여기
관광객
한 명
마저도
지켜보고 가꿔가려는 노력을 기울
이
려 합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군요.
Ars longa, vita bre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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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명랑한삐삐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360일의 보츠와나
저자
삐삐의 명랑함을 동경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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