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세계관으로
백미러에 고급 세단이 비칠 때
들리지 않지만 나는 듣고 있다
빨리 가라고, 주제를 알라고
우리들의 몸값은 세상이 알고 있고
그도 날 의식하겠지
하지만 난 의연하다
법은 대개 평등을 데리고 다니지 않던가
한 차선엔 두 대가 설 수 없다
먼저 오면 먼저 리듬을 타는 법
내 뒤를 부드럽게 따라올 수밖에
바쁜 이차선에선 날 앞지를 수도 없다
건너편에 살짝만 빈틈이 보여도 금세 추월할 걸 안다
깜빡이는 넣어주라
우린 각자가 일인분
규정속도로 자기 루트를 따라가면 되는 법
보이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의 가치는 고유하다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운전을 하든 걸어서 오든
오늘 이 자릴 채운 당신들의 몫은 동일하다
연(緣)을 잇다 보면 못 닿을 데도 없겠지
가끔은 동정해 보길
쌍라이트로 내 눈을 부시게 하는 이들이 제 캄캄한 길을 뚫고 가는 중이라는 걸
위험한 이들의 어리석음을
도로 위 공기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는 미러 속 그들을
무법자는 어디에나 있다
도리가 없다
정신 바짝 차리며 내 생을 살 뿐
두리번거리는 현명한 당신
앞 뒤 양옆 대각선까지
안전을 위해
나아감을 위해
하지만 그뿐,
마주오는 덤프트럭에도
핸들 꽉 잡고 엑셀을 밟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