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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Dec 22. 2023

일인분

경차의 세계관으로


백미러에 고급 세단이 비칠 때

들리지 않지만 나는 듣고 있

빨리 가라고, 주제를 알라고


우리들의 몸값은 세상이 알고 있고

그도 날 의식하겠

하지만 난 의연하다


법은 대개 평등을 데리고 다니지 않던가


한 차선엔 두 대가 설 수 없

먼저 오면 먼저 리듬을 타는 법

내 뒤를 부드럽게 따라올 수밖에


바쁜 이차선에선 날 앞지를 수도 없

건너편에 살짝만 빈틈이 보여도 금세 추월할 걸 안다

깜빡이 넣어주


우린 각자가 일인분


규정속도로 자기 루트를 따라가면 되는 법

보이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의 가치는 고유하다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운전을 하든 걸어서 오든

오늘 이 자릴 채운 당신들의 몫은 동일하다

연(緣)을 잇다 보면 못 닿을 데도 없겠


가끔은 동정해 보길


쌍라이트로 내 눈을 부시게 하는 이들이 제 캄캄한 길을 뚫고 가는 중이라는 걸

위험이들의 어리석음을

도로 위 공기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는 미러 속 들을


무법자는 어디에나 있

도리가 없

정신 바짝 차리며 내 생을 살 뿐


두리번거리는 현명한 당신


앞 뒤 옆 대각선까지

안전을 위해

나아감을 위해


하지만 그뿐,

마주오는 덤프트럭에도

핸들 꽉 잡고 엑셀을 밟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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