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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15. 2023

처음 만나서 3등 했어요.

배드민턴 동호인 대회


 어제는 봄 날씨처럼 따사로운 햇살에 기분이 좋아지는 여자들의 수다 만나면서 요즘 가라앉은 기분을 올렸는데, 오늘 아침 눈을 떴는데 기운이 좀 이상하다.     


첫 만남

운동하는 사람들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간혹 만나서 각종 배드민턴 대회에 파트너로 나갈 수 있다. 아닌가? 나만 가끔 그런가~

파트너가 고정으로 정해져 있으면 그 사람하고 시간 맞춰서 나가는 일이 많지만, 나처럼 파트너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대회 나가는 것에 흥미도 떨어질 때가 되고 나이도 있고 해서 이제 별 관심이 없을 때는 누가 한 번 나가자 할 때까지는 조용히 있는다. 먼저 나가자고 했다가 거절에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이번 대회도 친구들과 모임 중 전화가 와서 고창 언니가 파트너가 없는데, 내 생각이 났다고 한 번 재미로 나가 보라고 연락이 옴. 군산 사람이면 한 번 같이 만나서 연습이라도 할 텐데, 고창 사람이라서 연습도 한 번 못 하고 대회 나가게 생겨서 부담되어서 망설이다가 서로 부담 없이 나가기로 하였다.     


날씨가 부담을 주는구나! 어제까지 봄 날씨였는데, 눈을 뜨고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이게 무슨 소리이지,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요즘 나의 가슴속에 찌들어 있던 묵은 감정들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게 붓고 있었다.

나의 오래된 애마도 덕분에 깨끗하게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경쾌한 음악을 틀고 달리고 달리면서 나름 우울한 기분을 좋은 척 상쾌한 척 신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달래 본다.

비가 제법 많이 왔나 보다. 군산에서 전주로 가는 전군 간 도로 일 차선 도로가 비가 웅덩이처럼 엄청 고여 있었나 보다. ‘어머~ 타이어 교체 안 했으면 클날 뻔“

빗길에 움찔해서 조심조심하게 운전하면서 경기 시간은 다 되어가고 일면식도 안 한 파트너는 전화 와서 전화로 인사를 나누었다. 경기 전에 도착하겠다고 하면서 조심하면서 입으로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분은 고창에서 새벽밥 먹고 출발했나 보다 부지런도 하셔라.     


경기 시작 전에 도착에서 인사 나누고 가볍게 몸 풀고 예선 경기를 무사히 잘 통과 통과했다. 난 모르는 남자 파트너와 한 두 번 만나서 경기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어색하지 않게 하는 것은 별일 아니었다. 경기만 잘 풀리면 아무 걱정이 없었다. 고창 언니도 배드민턴 동호인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노련하시고 잘하셨다. 이제 나이가 있어서 다리가 좀 불편해서 다리 아대에 꽁꽁 싸매고 운동하시고 움직임이 불편하셔서 그러지 나보다 훨씬 잘하셨다. 내가 오늘 파트너를 잘 만났다. 예선 경기에서 우리 팀만 다승을 하여서 우리는 바로 4강에 올라갔다고 한다. 다른 팀들은 치열하게 다시 대회를 치르고 올라왔는데, 우리는 4강의 문을 열지 못하고 아깝게 2점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인 아웃 때문에 심판에게 항의했으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고 무효 처리되는데, 응원하는 사람들이 다 아웃이라고 했는데, 고창 언니와 난 이제 나이도 먹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서로 안 다치고 기분 좋게 운동했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서로 수고했다고 위로하였다.     


경기 끝나고 난 아이들이 기다린다는 이유로 더 이상 경기장에서 구경하지 않고 인연의 고마움에 인사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우리를 이긴 팀이 이기면 우리는 3등을 한다고 한다. 그 경기 보고 가고 상품을 양말 세트라도 주면 받아 가라고 해서 3등 하면 문자 남겨주시고 언니가 다 가지세요. 말만 남기고 군산으로 시원하게 달려왔다.     


복잡하고 심란했던 마음은 이렇게 운동으로 풀 수 있었다. 무엇인가 미쳐서 열중해서 하다 보면 잊게 된다. 운동에 집중하던지, 책에 집중하던지, 일기 쓰는 것에 집중하든지 해야 잡생각이 안 난다.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

고창 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우리 팀이 3등을 하게 됐다고 연락이 와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고마운 인연에 감사함을 인사드리고, 내려가는 길 조심해서 가시라고 인사드렸다. 오다가다 만나는 인연일 수 있고 스치는 인연일 수 있지만, 오늘 인연에 감사한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인연과 관계도 깨워지고 부서지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인데, 감사하게도 새로움으로 다시 채워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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