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너무 일찍 사줬다.
스마트 폰 없는 초등학교 1학년 강민재는 늘 슬프다. 학교 끝나고 1층 돌봄 교실에 혼자서 가야 하고 가방에 스마트 폰이 있는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언제 올 거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 교실 바닥만 내려다 바라보고 처음 신은 실내화 위로 눈물을 뚝뚝뚝 떨어뜨렸다. 민재는 엄마에게 전화하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스마트 폰으로 몬스터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스마트 폰을 사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말도 잘 들어본다. 읽기 싫어하는 책도 읽어본다. 엄마는 책을 좋아한다. 도서관에 가서 책 읽고 책 빌려오는 것을 좋아한다. 형 하고는 책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빌려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책 읽는 것이 싫다. 싫지만, 스마트 폰을 사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엄마가 좋아하는 도서관에 따라가서 책 빌려볼 때 같이 가고 책 사러 갈 때 같이 가서 한 권은 사기로 했다.
엄마는 현장학습에서 날 잃어버렸는데도 스마트 폰을 사주지 않았다. 형처럼 중학생이 되면 사준다고 한다. 스마트 폰 없는 사람은 나뿐이다. 친구들은 유치원 때부터 키즈폰이라도 갖고 있었다.
나쁜 행동하는 엄마
엄마와 서점에 갔는데, 엄마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엄마가 서점에서 돈도 안 내고 책 한 권을 다 읽어가고 있었다.
“엄마, 사지도 않고 책 읽는 거....., 범죄 아니야?”
“엄마가 좋아하는 추리 소설이야. 시작하자마자 사람이 죽었어.~~”
“이건 아닌 것 같아, 나쁜 행동 같아.”
사람들이 알까 봐 너무 걱정됐던 난 엄마와 빨리 나가자고 했어. 돌아오는 어버이날 민재는 모아둔 용돈과 엄마에게 더 받아 든 용돈으로 엄마가 서점에서 읽다 만 책을 엄마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민재의 엄마는 민재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민재가 배 속 아기 때 너무 많이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을 때 책만 보고, 있었야 했기 때문에 배속의 민재가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 책을 싫어하게 만든 원인과 범인은 책이라고 한다.
‘범인은 바로 책이야’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다. 14살 자녀에게 스마트 폰을 너무 일찍 사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던 엄마 품에서 자란 아이들이 당연하게 책을 잘 읽을 거로 생각했던 내 생각은 빗나갔다. 24살 큰아이는 7살까지 혼자 자랐기 때문에 손잡고 도서관으로 책 빌리러 가방 메고 다니면서 밤마다 책을 목이 아프게 읽어주었다. 물론 휴대전화도 버스를 타고 다니는 거리로 다녔기 때문에 초등 4학년 때 사주었다. 늦게 사준 것은 아니었지만, 스마트 폰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주어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14살 동생 스마트 폰을 사줄 때 큰아이가 엄마 너무 일찍 사주는 것 같은데 하면서 걱정을 한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아이들은 책과 멀어지고 있었다. 책을 쓰신 배지영 작가님처럼 나 또한 뛰어놀고 할 게 없으면 누워서 책을 보고 놀았던 시절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책이 없어도 할 게 너무 많다. 알록달록 작은 네모난 스마트 폰 속에는 영화도 나오고 음악도 나오고 내가 모르는 세상이 들어있다. 그러니 아이들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 집에서 거실에 나가면 세 아이 모두 손에는 스마트 폰이 들여있고 TV 속에서는 아이돌이 나와서 노래와 춤을 추고 있다. 화려함 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멈추라고만 할 수 없다. 너무 깊게 빠지지만 말고 책과도 조금은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엄마는 거울이 되고 싶어서 늘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아이들이 아직 그 거울을 보고 따라 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따라 하고 치장하겠지.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