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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Jan 08. 2024

음악의 음 자도 몰라도 음악 모임 할 수 있어요?

~저 낯가려서 못 가요

 

  지치고 힘든 여름 날씨만큼이나 심적으로도 축축 늘어지는 그 계절 글쓰기 모임 한 기수 선배님의 SNS 광고가 올라왔다.     


<음악감상 모임 회원 모집>

대중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모임 일정, 회비, 신청 방법은 댓글과 문자, 메신저로 연락해 달라는 내용.

팬데믹으로 인해 3년간 중단됐던 음악 모임을 재기하고자 다시 회원 모집을 하는 광고였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신종 병은 계속 변종이 되어서 우리에게서 3년간 떠나지 않아서 고통받았던 사람들도 있었고, 새로운 사업으로 이익을 받았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고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도 이런 사적인 모임도 잘하지 않게 되었고, 나 또한 독서 모임까지 줌으로 하게 되었던 현실이었으니 음악 모임이 중단되었던 것은 당연함이다.

이런 회원 모집의 광고도 난 음악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쳐 버렸다.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 작년 8월 25일에 우린 첫인사를 나누었다. 오픈 인사였다.

이현웅 선생님의 개인적인 연락의 광고 모집 연락으로 용기를 내어 답장을 했다.

“선생님 저는 음악을 그냥 들을 줄 만 알지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듣기만 하면 됩니다.”

“선생님 저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낯 가려요”

“저 있잖아요”


그 당시 삶에 지치고 관계에 지쳐 무언가 공허했기 때문에 무언가 붙잡기는 했어야 했나 보다 1월에서~3월 사이에 퇴직하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책만 보고 있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나마 책이 있었으니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나마 가족들에게 눈치가 보여서 운동이라도 나가서 움직였던 시간 움직였기 때문에 그나마 주저앉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음악이라는 도구를 잡아보자, 책만 나에게 약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이 음악이라는 도구도 나에게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8월부터 모여 1월까지 7번의 모임이 이루어졌다. 난 음악을 지금도 하나도 알지 못한다. 그저 듣다가 끌려서 듣고 좋아서 듣는다.

모임을 할 때 계속된 광고로 정회원과 비회원들이 한 달에 두 번 만날 때마다 바뀌어서 오신다. 오늘은 독립영화를 만드시는 영화감독님과 그 지인들 생태박물관 전문가들이 비회원으로 참석해서 풍성한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음악 이야기에 모임 이름은 (음악처럼) 회원 중 권 선생님이 지어주셨다. 전원 찬성 만족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음악처럼 에는 각자의 색깔과 향기를 담은 분들이 9분이 모였다.

이현웅 선생님은 음악 이야기 카페를 운영하시고 DJ경력 37년에 독립출판 ‘그 카페 이야기’ 책을 출간하시고, 이분 덕분에 음악 모임 만들어졌다.

이소영 선생님은 화가이시고 독립영화도 만드시고, 대단하시다.

최관규 박사님은 박사님이다. 왠지 박사님은 어려운 것 같다. 난 무식하고 아는 게 없는데, 음악 신청곡을 할 때 늘 사연이 어디서 저렇게 술술 나오는지 글이 한 편 나온다. 글은 최 선생님이 쓰셔야 한다. 난 늘 주제를 정해서 음악을 선정할 때 이게 어려워서 모임을 빠지려고 했다. 그저 우리같이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귀에 익숙한 음악이면 좋아서 흥얼흥얼 하다가 좋아지는데, 주제로 선정하는 것 때문에 모임 탈퇴 생각도 했는데, 이제는 내 마음대로 그냥 신청한다. 그저 좋아서 신청했습니다. 음악은 그런 것이다.  

정진우 선생님은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예전에는 DJ 생활을 하신 운동도 좋아하고 음악도 많이

아시는 분이다.

주성만 선생님도 음악을 좋아하신다, 젊었을 때부터 음악을 즐겨 듣고 음악의 역사까지 줄줄 다 깨고 있다.

이 두 분 때문에 이 음악처럼 음악 모임이 수준이 높아진다.

권회정 선생님은 음악에서 따뜻함이 전해진다. 음악 감성도 따뜻하다.

양재석 선생님은 아내를 무척 사랑하신 분 음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감성이 풍부하신 분이라고

느낀다.

서원일 목사님은 노래를 하는 하모니 합창단이시다. 요즘 무슨 이유이신지 노래를 못하신다는 글을 보았지만, 깊이 물어볼 수 없었다. 김광석의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를 신청해 주셨다. 인간의 삶을 생각하고 인각의 죽음을 생각하고 지금 선생님의 현재를 생각하시면서 신청하신 것 같다. 지친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음악 모임에서는 이현웅 선생님의 대중음악의 역사를 짧게 짧게 들을 수 있다. 음악의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없었던 내가 재즈가 어떻게 유래가 되었고, 블루스의 역사 등 우리나라의 최고의 가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BTS)가 우리나라를 얼마나 알리고 다니는 줄도 이제야 알았다. 몇 년 전 지역아동센터 수업에서 아이들이 “BTS 누가 좋아요?” “BTS가 누군디?” 난리가 났었다. 어떻게 BTS를 모를 수 있냐고. 난 그렇다. 그쪽으로 귀가 뚫리지 않았고 머리가 발달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음악들을 시간도 없었고 별로 관심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음악모임에 와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추억이 깃든 음악도 알게 되었고 항상 2주에 한 번 만날 때마다 주제가 다르다.

‘그대와 함께 듣고픈 노래’, ‘첫눈’, ‘가을 끝자락에서 듣고 싶은 음악’,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영화음악 특선 OST’, ‘가을에 듣고픈 음악’,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신청곡 특별한 느낌’

음악에 무식한 나에게는 주제대로 신청하는 게 스트레스였다. 왜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을까? 생각했지만, 매회 지나다 보니 하나씩 귀가 열리게 되었고, 음악이란 것이 박식하지 않아도 감정으로 서로를 묶어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약이 되었다. 사람에게 받는 상처들이 책으로만 치유될 줄 알았는데, 감미로운 음악으로 치유가 되었고, 소통되었다. 매회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지만, 서로 음악감상을 하면서 사연을 줄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그저 그림자라고 생각하고 말 시키지 말라는 사람들도 이제는 환하게 웃어줄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대중음악 역사 1월은 훌륭한 많은 음악인들이 떠난 날이기도 하다. 특히 신청곡 중 1위가 김광석 12월 연말에서부터 1월 모임은 김광석의 주제로 꽃을 피우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난 지 28년이 지났지만, 우리 곁에 그의 노래는 영원히 남아서 우리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음악은 날 위로해주고 있었다.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여전히 난 음악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산책길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흥얼거리는 걸 좋아할 뿐이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시작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닌 어느 회장님이 시무식에서 하신 말처럼 우리 나 자신을 위해서

“새해 복 많이 만드세요”

누가 만들어서 주는 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직접 찾아서 만들고 갖고 행복해지고 남으면 남도 나눠어 주면 더 좋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복권 수익금 이렇게 사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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