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냄새가 모이는 곳에선 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은 고, 이름은 영희 씨라고 하던가.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대기 번호표를 받고 가게 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내 뒤로도 열 팀이 넘도록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고영희 씨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니 길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고,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낯선 이의 눈빛이 참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군중들과 꿈뻑꿈뻑 눈을 맞추면서 그들의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날름 날름, 아무렇지 않은 듯 자기 몸을 열심히 치장하는데 집중하다가도 이리저리 몸을 뒹굴거리기도 하고 꾸벅 졸기도 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길 한가운데서.
그 모습이 마냥 귀엽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은 좀 달랐다.
타인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동물, 부지런히 자기 몸을 가꿀 줄 아는 동물, 길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자신을 지켜온 강인한 동물, 길고양이.
때론 동물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나 자신을 가꾸고 보살피는 것은 물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낀 날.
만약 고양이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고영희'라는 이름 석자를 달고 어딘가에서 당차고 야무지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인생은 고영희 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