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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Jul 10. 2024

버스 창문에 기대어도 머리 아프다

나는 누구에게 기댈 수 있을까_외로움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며 산다.

혼자가 아닌데도 혼자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몸에 힘까지 없는 날엔, 이대로 세상이 멈춰버린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외로운 우리는 또 그렇게 언제 그랬냐는 듯 일을 하러가고 친구들을 만나 웃곤 한다.



나는 시인이다.

스물여섯 젊은 시인이다.

내가 나를 시인이라 말하는 이유는 시집이 있어서가 아니다.

세상을 시처럼 바라다보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문득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의 인간관계,

꽤나 분위기가 좋은 나의 일터,

오랫동안 잔잔하게 평화로운 나의 가족,

속 썰일 사람 없는 나의 자취방,

밤 늦게 홀로 집에 가는 길.

문득 외롭다는 감정이 이 안정적인 삶에 전염되듯 퍼진다.


나만 빼고 모두가 평화로운 어느 날,

나는 누군가에게 이 속을 열어 보여주고 싶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모순을 느끼며

버스를 탔다.

바깥 풍경을 보아도, 빠르게 도망가는 과거와 미래들은 나의 현재를 비참하게 만든다.

바쁘게 어지러운 나는 창문에라도 기대어본다.

나 하나만을 담기에는 그릇이 너무 넓은 버스는

작은 나를 신경쓸 수 없다고 표현하듯 마구 진동을 보낸다.

겨우 오늘 잠깐 기댄 너인데,

나는 이내 그에게서 고개를 떼내고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그도 아니라며

우리집 앞 정류장에 쓸쓸하게 내린다.


걷고 걷는다.

요즘 장마철이라며 달도 내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달이 나를 피하는 게 아닌, 구름이 장난치는 것인데.

나는 오해를 하며 달에게도 서운하다.


이렇게 외로운 어느 날은 흘러가버리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어둠은 거짓말처럼.


그저 맥모닝 세트 맛있게 먹으면서 꽤나 진지한 이 글들을 끄적이고 있는 내 모습이

참 귀엽고 기특하다며 홀로 쓰다듬는다. 그렇게 나는 나를 키우며 사는 시인이 된다.





From. 시인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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