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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Apr 15. 2024

일반화의 오류

외국 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

외국에 살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어떻게 사회가 돌아가는거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가끔씩은 행정적인 문제에서, 가끔씩은 개인적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살다보면 당연히 오게되는 순간인 것 같다. 6개월간 요르단에 살 때 내가 맞딱드린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약속에 3시간씩 늦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과도 안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왜저럴까 6개월간 실망을 거듭했다. 심지어 떠나는 날 공항에 데려다주기로 한 친구가 늦게왔고, 가는 길 내내 조바심과 친구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며 결론적으로는 내가 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거였구나 싶은 마음 반, 그러면 내가 타협할 수 있는 선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영감님은 에콰도르에서 만난 회사 동료이자, 배울점 많은 언니이자, 에콰도르에서 가장 친한 Amiga(스페인어로 친구)이다. 영감님은 일에서도, 인격적으로도 배울점이 많은 사람이었고 많은 것을 새롭게 맞딱드렸을 때 생기는 고민과 걱정들을 지혜롭게 풀어주는 사람이었다. 외국에 살다보면 이유없이 오는 허전함과 두려움, 내가 이 문화에 적응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이 들때가 늘 있고, 특히나 좋은 100명의 사람을 만났지만 잘 맞지 않는 1명을 만났을 때면 이유 없이 외국인이라 무시당한것 같기도하고 이 나라는 나랑 안맞다는 생각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나의 요르단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도, 모든 친구가 약속에 늦은게 아닌데 몇몇의 친구가 선을 넘어 늦는걸 보며 '이 사람'이 아닌 '이 나라 사람들'을 문제삼게 되었다. 


에콰도르에서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어느 날, 영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외국살 때 제일 위험한 생각이 일반화인 것 같아.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 다 있는걸 머리 속으로는 알면서도 부정적인 상황을 몇 번만 경험하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그럴거라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의 문을 닫게 되잖아. 알고보면 더 좋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말이야." 


다행히도 에콰도르에서의 나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고 한국만큼 편안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가끔씩은 무엇이라 말하기 힘들지만 마음 속 깊이 답답한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전에 살았던 곳, 혹은 짧게 여행을 한 곳에서도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었다. 돌이켜보면 몇몇 사람들에게 갖게 되는 인식 때문에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때가 많고, 스스로가 소수라고 생각되는 외국에서는 피해의식과 더불어 부정적인 일반화를 더 쉽게 범하게 된다. 나라는 개인 조차도 사람들에게 친절한 날이 있고 불친절한 날이 있고, 나의 하루 모습에 평가받는게 부당하다고 생각되듯, 수많은 개인들이 모인 집단은 일반화될 수도 없고 그래서는 안되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잊어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 영감님의 말씀은 혹시 내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일반화의 오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객관화 할 필요는 있지 않을지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람으로서 당연히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고 개인적 성향이나 성격과 안맞는 곳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전세계에 200여개국이 있는데 안맞다고 느껴지는 곳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어쩌면 일반화를 하게 되는 순간 좋은 사람들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안 맞는 한 명의 사람이 백 명의 좋은 사람을 뛰어넘는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하지만, 인생을 돌아볼 땐 좋은 한 명을 만나기위해 백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하기도 하니깐, 그 문을 닫는 건 조금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영감님은 항상 좋은 일만 있지 않은 외국생활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 회복 탄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긍정적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었다. 영감님의 말씀은 내가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해주었고 내가 살고 있는 타국에 한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용기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에콰도르에서 이런 깨달음과 지혜를 주신 영감님을 만난 건 얼마나 행운일까. 에콰도르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나역시 영감님이 가실 앞으로의 여정을 마음속 깊이 응원해본다.

영감님과의 기억남는 식사 & 키토의 매력: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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