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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Jun 10. 2020

제주의 프로페셔널리즘(2)

멋진 영감님들을 통해 배운 새로운 KPI의 정의

  제주에서 찾은 두번째 프로페셔널리즘을 가르쳐준 영감님들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과 손님이다. 제주도에 있는 3일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욕심부려 우겨넣었고 하루는 별빛투어, 하루는 파티, 나머지 하루는 새벽 일출투어가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투어는 별도로 요금도 지불하지 않아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운영하실까 싶기까지 했다. 투어가 끝난 지금도, 진짜 손님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신다고? 싶은 감탄의 의구심이 들었다.

  

  

별빛투어는 두 게스트하우스(벼리게스트하우스, 와락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함께 운영하시는 프로그램이었다. 8시에 시작해서 아부오름으로 간 뒤 별자리에 대한 설명, 별 찾는 법, 스마트폰으로 별 찍는 법을 다 알려주셨다. 돗자리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참 아름다웠고, 낭만적인 과학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심지어 한 사람씩 자세를 고쳐주시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시고 새벽까지 보정을 해주셨다.


"별보러 가는데 하루는 손님한테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갔더니, 너무 좋아더라구요. 그래서 한 명씩, 두 명씩 데려가다보니 이렇게 됐지. 손님들이 좋아하니, 나도 좋더라고"



일출투어는 오름게스트하우스라는 산속별장 같은 곳에 묵을 때 했던 새벽 산책이었다. 5시 30분에 출발해서, 안개가 자욱한 오름을 오르는 것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오름을 오가며 제주도의 오름에 대해, 제주에 대해, 나아가 촌장님(사장님의 별명)의 인생철학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할아버지의 흔한 손녀 걱정:"살뺀다고 아침안먹는거 바보 같은짓이야. 밥을 든든히 챙겨먹어야지."

  

그 뒤 시골 아침밥상과 제주에 자주 오시는 게스트 분, 제주에서 한달 살기를 하시는 유쾌한 스텝언니와의 대화는 아침을 더 풍요롭게 했다. 명절 할아버지 댁에서 사촌들을 만난 느낌이랄까. 학원강사이셨던 게스트분은 선생님이 그저 성적 올리는 역할을 하게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셨다고 했다. 그래서 학원을 그만두고 고향마을에 예쁜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같은 선생님이어도 '선생님'은 무슨 의미일까, 그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를 고민하신 느낌이 들어 나의 선생님들이 다시한번 생각났다. 그리고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손님인 학생의 미래를 생각해주는 모습이 전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단순히 학생의 성적 올리는게 진짜 선생이 할 일이 맞는지, 고민이 들더라구요."


경영학에서, 인사 관련 일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는 핵심성과지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이다. 프로를 높은 핵심성과지표 KPI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정의해볼까 한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의 KPI는 보다 많은 이윤창출이 될 수도 있지만 보다 높은 게스트들의 만족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제주에서 만났던 영감님들은 '만족'이라는 단어로 담기 죄송할만큼, 그 이상 최고의 경험과 행복을 선물하려 하셨다. 이윤적 KPI만이 목표였으면 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분들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역할 수행이 그저 감사한 감탄으로만 다가왔다.


  언젠가부터 좋은 KPI 달성, 프로페셔널이 나에게 갖는 이미지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장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으로 느껴졌다. 정량적 성취가 너무도 당연해진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나역시 의심없이 동화되다 보니 정성적 결과물을 '프로페셔널'의 정의에 두지 않은것은 아닐까 싶다.


  제주도 영감님들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유넘치고, 자신의 KPI에 완벽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그분들이 알려준 프로페셔널함은 빠르지도, 칼로 벤 듯 정확하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친절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있는 프로페셔널함이었다. 그분들이 보여준 그 열정과 정성이 나의 제주여행을 더할나위없이 가득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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