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1980~9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서 불량식품이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부모들이 유해하다는 이유로 제지해도 아이들은 무작정 동네 슈퍼나 문방구로 달려갔다. 아폴로, 쫀드기, 쫄쫄이, 꾀돌이, 밭두렁, 호박꿀맛나, 월드컵 어포…. 불량식품은 브랜드 과자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색감부터 식감까지 완벽하게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그런 불량식품을 닮은 영화가 있으니 바로 제임스 건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다.
미국 최고의 수감자 사망률을 자랑하는 벨 리브 교도소. 아만다 윌러(비올라 데이비스 분)는 수감자를 차출해 비밀 조직 ‘태스크 포스 X’를 꾸린다. 사실 정식 명칭인 ‘태스크 포스 X’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자살 특공대)’가 이들과 훨씬 맞춤이다. 빌런에 맞서는 빌런이 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미션을 완수하면 10년 감형을 받고 명령에 불복종하면 두개골에 설치된 폭탄이 붐 터진다. 이들은 남아메리카 앞바다의 작은 섬나라 ‘코르토 몰티즈’로 향한다. 비밀 연구실 ‘요툰하임’에 잠입해서 프로젝트 스타피쉬의 흔적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이 그들에게 내려진 임무다.
사춘기 딸과 일촉즉발인 명사수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 분)를 리더로 달콤 살벌한 매력이 톡톡 터지는 할리 퀸(마고 로비 분), 평화를 위해서는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죽이는 평화주의자 피스메이커(존 시나 분), 트라우마인 엄마 덕분에 도트 문양의 레이저를 발사하게 된 폴카도트맨(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분), 쥐를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랫캐처 2(다니엘라 멜키오르 분) 그리고 무엇이든 한입에 냠냠 삼키는 킹 샤크(실베스터 스탤론 분)가 한 팀이 된다. 이들과 함께하는 현장 지휘관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 분)는 빌런보다 더 비정한 아만다와 달리 인간미가 넘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The Suicide Squad)’는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와는 다른 결로 승부수를 던진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2017)의 제임스 건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DC 유니버스에 입성해서 빌런 그것도 슈퍼 빌런에 적당한 청불 등급으로 탈바꿈시켰다. 피비린내가 이는 화면에는 곱씹게 되는 유머가 차지게 깔린다. 또한 제임스 건 영화 특유의 경쾌한 사운드와 음악이 흥을 돋운다. 캐릭터 즉 빌런마다 각각의 서사가 존재하고, 그들의 장기가 어우러져 한바탕 활극이 펼쳐진다. 고로 청각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빼어난 영화다.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은 바도 크다. 특히 할리 퀸과 킹 샤크는 지독히 매력적인 빌런들이다.
제임스 건이 쏘아 올린 형형색색으로 DC의 슈퍼 빌런들이 물들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카메라 뒤에 서있는 제임스 건의 진진한 표정이 상상된다.
당신이 만약 영화에서 불량식품의 참맛을 보고 싶다면 강추한다!
쿠키 영상은 2개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