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시오는 네 살에 첫사랑을 시작했다.
태루가 다니던 유치원 친구의 형이었다. 열 살이었던 소년은 아이돌급 꽃미모로 동네에서도 유명인사였다. 시오가 처음 그 소년을 아니 그 오빠를 마주한 날, 내 뒤에 쪼르르 숨어서는 속닥였다.
"엄마, 저 오빠 왕관 쓰고 다니라고 해."
시오는 발그레한 얼굴로 풋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시오에게는 동화책에서나 마주할 법한 왕자님이 눈앞에 등장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시오는 그 오빠를 마주칠 때면 내 뒤로 몸을 감추었다. 감히 눈도 못 마주치는 그 사랑은 몇 년 동안 시오의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요즈음 중학생 시오는 아침에 머리카락 빗질도 생략할 만큼 수수한 소녀로 살고 있다. 시오의 푸릇한 봄은 언제 다시 오려나... 엄마로서 궁금한 대목이다. 사진 속 왕관은 시오가 다섯 살때 내게 선물로 주었던 수제 왕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