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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하숙생 Jul 11. 2023

No Tip

미국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Tipping 요령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글이 미국여행 시 팁을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지, 적정금액은 얼마인지, 그리고 팁을 과하게 요구해서 기분이 상했다는 좋지 않은 경험담들이다. 사실 한국은 팁문화가 없다보니 익숙치 않은게 당연하고 뭔가 치를 필요가 없는 추가요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웨이터 또는 웨이트리스의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그리고 급여가 적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수입을 일정부분 보전해주는 취지에서 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전통같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Covid를 경험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인 요식업, 그 중에서도 Indoor Dining이 제한되면서 한동안 팁 구경을 못했던 서버들이 수입에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팁 문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Covid가 끝나고 물가가 미친듯이 상승하고 팁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소위 '팁플레이션'에 질려버린 많은 사람들이 불만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심지어 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최근 불거져나온 팁문화에 대한 회의감에는 크게 두가지가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 식당이나 커피숍에 가면 흔히 볼수 있는 일명 Tip Jar.

더이상 자발적이지 않은 팁 

위에 말한대로 팁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비교적(?) 자발적으로 지불되는데 팁을 받기 위해 실제로 미국 식당에 가보면 과하다 할 정도로 자신의 테이블에 신경을 쓰는 서버들을 볼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전달해주는 웨이터, 웨이트리스가 아니라 손님에게 식사메뉴를 안내하고 손님이 부족한건 없는지, 식전요리, 메인메뉴를 준비할 타이밍을 체크하고, 식사가 끝났으면 후식을 권하고 식대지불을 돕는 등 정갈한 복장은 기본이고 해당 식당의 메뉴정보까지 꿰차고 있는 프로페셔널한 서버들은 손님들에게 적잖은 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베이커리, 커피숍 등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는 업장에서도 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런 커피숍이나 베이커리는 포스기에 팁을 얼마줄건지 표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Guilt Tipping"을 한다. Guilt Tipping은 포스기에 "No Tip"버튼을 누르면 뒤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팁에 인색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일종의 죄책감으로 인해 팁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나같은 이민자가 아닌 이 곳에서 쭉 살아온 원주민(?)들 조차도 이런 팁 요구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서비스 제공자도 소비자도 합리적인 팁, 또는 서로 상생할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4.42불 짜리 커피 한잔에 팁은 얼마? No Tip을 누르기엔 뒷사람들 시선이 따갑다. 

선을 넘은 팁 금액

팁이 서비스에 대한 성의표시인데 그것에 하한선이라는 개념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를 퇴색시키지만 굳이 얘길해본다면 대략 15-20% 정도 선에서 지불되던 팁이 이제는 포스단말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18-20%가 기본이 되어 가고 25%, 30%까지 팁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팁을 주는게 익숙치 않은 특히 단기 여행자들의 경우는 매우 당혹스러울수 있다. 둘이서 스테이크를 먹고 100불 정도가 나왔다면 주마다 다르지만 뉴욕주의 경우 세금(Tax)이 8.8%, 총액은 약 108.80불 정도 나온다. 여기에 Pretax(세전금액 100불)에 18%를 팁으로 준다고 계산하면 18불이 팁이 되고 총 지불금액은 약 126.8불이 된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식대가 100불인데 세금과 팁으로 식대의 27% 정도를 추가로 지불하게 되는데 이런 식이면 식대의 절반을 팁과 세금으로 낼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최근에는 식대에 4% 정도 Employee Health Insurance 금액이 추가된 계산서를 받았다는 SNS 사진을 보면 미국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살기 어려운 날이 도래하고 있음을 느낀다.  

요즘 커피숍이나 베이커리에 가면 계산할때 볼수 있는데 하단에 No Tip을 누를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적절하게 팁을 주는 요령은 무엇인가. 미국에 여행갈때마다 팁계산 어플리케이션을 꺼내서 얼마를 줘야할지 계산하고 다시 계산기로 식대와 팁을 더하는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는 쉬운 방법을 알아보자. 나도 팁을 얼마줘야 하는지 익숙치 않아 테이블 밑으로 계산기 앱을 켜고 팁을 계산하곤 했는데 미국 친구가 알려준 쉽고 나름 합리적인 팁 계산 방법을 소개한다.  


적절한 팁은 얼마인가 

팁 문화를 경험해보지 못하면 적정 팁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심지어 적정 팁을 계산해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있다니 편리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팁에 익숙치 않으면 팁주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식당에서 주는 계산서 하단에 친절하게 18%, 20%, 22% 등으로 금액 안내가 되어 있지만 계산하기 귀찮으니까 셋 중 하나를 선택하면 소위 '호구인증'을 하는 셈이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웨이터(웨이트리스)가 내역을 정산해서 계산서를 가져다준다. 금액을 확인한 후에 현금, 또는 신용카드를 넘겨주면 서버가 가결제를 하고 다시 계산서를 가져다준다. 본인의 만족도에 따라 세전 금액에 15-20% 정도를 팁으로 주면 되는데 계산서에 나와있는 세금(Tax)의 두배 정도를 팁으로 주면 욕먹지 않을 정도의 적정 팁(17-18%)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주마다 세금이 다른데 팁 = 세금 x 2라는 공식을 적용하면 뉴욕주의 경우 8.875%(sales tax) x 2 = 17.75%가 되고 뉴저지주 같은 경우는  6.625%(sales tax) x 2 = 13.25% 가 되어 15%보다 조금 낮으므로 약간 상향조정해서 현명한 Tipping을 하자. 나는 오늘도 이런 계산법으로 뉴저지 칼국수집에서 팁을 주었고 그동안 어떤 식당에서도 서버가 뛰어나와 팁이 적다고 나에게 따지는 경험을 한적은 없다. 사실 팁을 적게 주었다고 해도 식당밖으로 나와서 손님에게 따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고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그 서버는 기본적으로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서빙을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본다.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팁도 없다 

수퍼마켓, 베이커리, 커피숍 등 따로 서버의 도움을 받지 않는 곳은 팁을 줄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면 팁을 줄건지 포스기에 나오는데 18%, 20%, 25%, 그리고 아래에 보면 "No tip"이라는 버튼이 있는데 망설이지 말고 당당하게 "No tip"을 누르자. 만약 No tip 버튼을 찾지 못했다면 Custom Tip을 찾아서 $0.00을 기입하던지 아주 소액이지만 팁을 주고싶은 금액을 적는 것도 자주적인 Tipping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커피숍에서 테이크아웃하는 불특정다수를 관찰해 본 결과 충분한 표본집단은 아니겠지만 테이크아웃하는 손님은 팁을 주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젊은 층보다는 노년층이 팁을 주는 것에 관대한 편이다.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은 아마도 오랫동안 팁을 주고 살아왔기에 팁을 주는 것이 합리적인 사고에 기반하기 보다 관성적 행동이라고 볼수도 있겠다. 우리 동네에 있는 커피숍에도 현금으로 결제하고 얼마안되는 거스름돈을 Tip Jar에 넣는 어르신들이 자주 목격되는데 1불 이하의 동전은 주머니에 보관하기도 불편하고 차에 타면 주머니 밖으로 흘러나올수 있으니 팁으로 주고나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팁을 줘서 좋고 서비스제공자 입장에서도 소액의 팁을 받으니 보기좋은 Win-Win Tipping이라고 하겠다. 역시 너무 과하면 모자른 것만 못하다. 


사족. 식당외에 팁을 주는 경우 몇 가지를 살펴보면 호텔에 투숙할 경우는 보통 하루에 1불을 준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투숙객수 x 1불 을 침대에 놓고 온다. 2명이 호텔에 묵고 있다면 침대와 욕실을 정리해주는 비용으로 2불을 침대 또는 침대협탁에 두고 나오면 호텔에 돌아왔을 때 깨끗이 정리된 방과 잘 채워진 욕실 어메니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용실에서도 서비스를 받고 미용사에게 서비스 금액의 15% 정도, 샴푸해주는 직원에게 1-2불 정도 팁을 주면 갈때마다 두피마사지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얼마안되는 팁으로 서비스의 품질을 올릴수도 있고 사람마다 팁을 주는 금액도 다를수 있으니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이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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