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삶
몇 주 전이었다보다. 아내가 갑자기 카드를 사겠다고 CVS에 가자고 해서 갑자기 무슨 카드냐고 물었더니 친하고 가깝긴 하지만 조금은 민폐 캐릭터였던 동료가 이직을 하게 되서 송별회를 하는데 카드를 써서 주려고 한다는 거다. 그 덕분에 미국 카드를 구경할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그 중에는 꽤 재미있고 위트가 넘치는 카드도 있었다.
한국은 그 어느 국가들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변화들을 모두가 반기는건 아니다. 효율적 인력관리를 위해 키오스크 같은 자동화 기계가 등장하면서 디지털에 익숙치 않은 60, 70대 사람들은 뒤처져있는 것 처럼 느끼게 되고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50대지만 꽤나 트렌드를 잘 따라간다는 유재석조차도 키오스크에서 영화티켓을 쉽게 출력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모두가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반기는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IT라고 불리는 정보통신분야를 이끄는 거대한 미국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여 굳이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신용카드 정보를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루어 지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미국에 오기전인 2015년, 아니 이미 그 전부터 한국에서는 모바일 청첩장이 일반적이었고 실제로 한동안은 종이로 된 청첩장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생일축하 메시지도 카카오톡이나 모바일카드로 대체하는 분위기라 사실상 종이로 된 카드시대는 끝났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였다. 이런 전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세대가 있고 젊은층이라고 모두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여전히 CVS에 가보면 이벤트별로 카드섹션이 있고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린 학생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생일축하, 졸업축하 카드는 기본이고 대상에 따라 그리고 이벤트에 따라 다양하고 기발한 멘트를 읽고 있자면 10-20분은 금방 가버린다.
최근에 회사내에서 새로운 부서로 옮긴 아내의 전 직장 마지막 근무일에 모두들 모여 가벼운 다과와 함께 축하인사를 전해줄때 유독 이런 이벤트를 꼼꼼히 챙기는 Cate이 다시 한번 재미있고 감동적인 아날로그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얘길 듣고 몇자 적어본다. 매우 진지한 캐릭터로 매사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그녀는 몇년을 사귀던 남자친구 Ed와 5년전 결혼을 해서 딸을 키우고 있는데 부서에 이런 이벤트가 있을때 마다 진지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곤 했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결혼식에 아내와 함께 초대해줘서 미국에서 처음 경조사를 경험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이기도 하고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편이라 집들이로 우리집에 초대했을때는 감자전을 맛있게 먹었고 최근에는 출산 후 산후조리에 대한 얘기중에 무심코 꺼낸 미역국 얘기에 흥미를 보여 아내가 미역국을 끓여다 주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일들을 함께 한 추억이 있는 친구다. 한국의 "정"같은 감정까지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약 8년을 같이 일했으니 만감이 교차했던지 굳이 시간을 쪼개서 정성스런 시를 적어 마지막 근무날 아내에게 선사했다.
Poem for Kate
Written with love, COD
For our Kate on her last day:
Oh boy! You have come such a far way
Moved across the globe, mastered English and got your graduate degree
Facing challenges from which others would flee
We are so proud that we get to watch you shine;
As NYU's newest NP you will be just fine!
We will miss laughing with you, your IV skills and knowledge of medical facts And your friendship and insight and Korean snacks
You're brave and smart and lots of fun
The patients you treat are the lucky ones
Huzzah to you our sweet but Evil Kate
You will do wonderful things on the street of 38
미국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너나 할것 없이 모여서 아는 사람들에게 카드를 적어 보내느라 제법 바쁘게 보내지만 난 카드를 적어본지가 언젠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나도 올해 연말에는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