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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눅희 Jan 01. 2024

근데 왜 덴마크에요?

2011년. 여름이었다..

'그해 여름이었다...'


 누구나 첫사랑이 있다. 하지만 첫사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에게 첫사랑은 처음으로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만큼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사람, 내 서른두 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 물론 상처에는 시간이 약이어서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2011년부터 덴마크를 오고 가는데 왜 갑자기 첫사랑을 이야기하냐고? 관심 하나도 없던 북유럽 조그마한 나라를 알게 된 건 다름 아닌 대학교에서 만난 첫사랑 때문이다. 2011년. 당시 덴마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알려져있었다.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삶과 특유의 덴마크 북유럽 개인주의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덴마크 사람들의 삶은 경쟁 사회에 지쳐버린, 심지어 예술 사진 대학교에 와서도 학점 잘주는 교수 못주는 교수로 나뉘어 서로 경쟁에 시달리는 예술학도들에게 유토피아같은 곳이었다. 당시 교제중이던 여자친구는 행복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야할 지 고민하고 덴마크를 우러러보는 아이였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더 사로잡기 위해, 카카오톡도 페이스북도 없는 그 시대에서 그녀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덴마크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여건이 되니 덴마크로 여행을 가서 그 사람들에게 왜 행복한 지 인터뷰해서 너에게 알려줄게." 지금이라면 절대 못할 손 발이 오그라드는 여행. 그렇게 어린 만 스무 살의 나의 첫 2주일간 덴마크 배낭 여행 일주가 시작되었다. 


 덴마크 배낭여행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정말 단순했다. 일단 토종 ENFP 였던 나는 하루 계획 마저 짜는 성격이 못되거니와 삶의 모토 역시 '어떻게든 되겠지' 였기 때문이다. 영어도 그럭저럭 잘하지도 않고 여행에서 필잘쓰는 영어회화 책 하나와 덴마크 전역이 20페이지 밖에 소개가 안되어있는 단순 북유럽 여행책 하나만 가지고 하루 하루 가볼 도시만 적어놓았다. 아무튼 당시의 계획은 이러했다.


코펜하겐에서 열차를 타고 덴마크 대륙을 한바퀴 돌고오자. 만나는 사람들에게 왜 행복한지,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14일이면 충분할 것같네. 배낭은 그냥 이 가방에 옷이랑 카메라를 넣고 직접 호스텔에서 손 빨래하면서 다니자. 돈은 최대한 아껴야하니까 호스텔의 늦은 아침 뷔페와 저녁만 해서 두 끼 먹기. 저녁은 치즈버거 두 개.  하루 약 4 천원! 호스텔은 도시에서 가장 싼 기숙사 혼숙 호스텔에서 하루 2만원! 인터넷은 호스텔 와이파이만 쓰고 핸드폰 로밍은 비싸니까 하지말자!


30대가 접어든 지금은 절대 못한다. 젊은 스무 살때의 패기로 그렇게 떠난 첫 덴마크 배낭 여행. 누구나 "알 유 해피? 와이 해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는가. 덴마크를 보고 싶어하는 그녀를 위해 떠나는거야!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떠난 생애 첫 유럽 배낭여행이었지만.. 14일의 여정 중 덴마크 사람과 말 대화를 나눈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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