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우리는 이 날, 갑작스럽게 약속을 잡고 기타와 카메라 장비들을 챙겼다.
오후 네 시에 만나 밤 열 시까지 이어진 촬영. 프레드의 차를 타고 코펜하겐부터 저기 멀리 떨어진 그의 고향까지 운전하며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날 때마다 멈춰서서 촬영했다.
마지막 촬영지는 프레드가 어렸을 때 기분이 우울하면 찾아와 석양을 바라보던 언덕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특히 엄마랑 싸우고 나면 혼자 이 언덕까지 걸어올라와 떨어지는 해를 보며 위로하기도 했어. 너랑 함께 오고싶은 장소였는데 이렇게 즉흥적으로 오게되서 너무 기쁘다."
-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주변에 실력있는 사진작가 친구들도 많을텐데, 왜 오늘 갑자기 작업하자고 한거야?
"그게 무슨소리야 눅희.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너랑 약속했잖아. 함께 작업하자구."
- 그래 벌써 그게 2년 전 오늘이었네.
"언젠가 했던 말이 오늘이 되었던 것처럼, 내가 데뷔하고 음악이 잘되면 너희 나라에서 투어도 할래.
그때도 내 사진을 찍어줘야 해!"
우리의 2년 전 약속이 오늘 이루어진 것처럼,
나는 다음 2년 뒤의 우리의 약속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