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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밀 May 16. 2023

크리스마스의 평화

브런치


12월 25일 일요일. 오늘은 크리스마스.

지난 몇 달간 각종 모임으로 인해 쉼 없이 달려왔던 내게 꿀 같은 휴식을 안겨준 주말이다.


토요일에는 장장 16시간의 수면 기록이 탄생한다.

몇 개월간 누적되었던 피로감이 증발되며 저녁에 눈을 떴을 때는 개운함만이 남아 있었다.


가벼운 몸으로,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브런치를 먹기로 한다.

전날 코스트코에서 사 온 크로와상과 인디안 치킨커리를 접시에 담고, 샐러드는 크리스마스 리스 모양으로 수북이 올린다. 모카포트에 얼마 남지 않은 원두가루를 꾹꾹 눌러 담아 불을 올리면 브런치 준비는 끝.


그렇게 완성된 소박한 상차림. 마음이 데워지는 것을 느끼며 따뜻한 수프를 한 입 떠먹는다.

사실 간절히 필요했던 건 이렇게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겠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종종 즐기는 늦은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될 때가 있다.


환한 햇살과 고요한 집 안의 공기. 달그락 부딪히는 식기의 소리와 울리지 않는 전화기. 그리고 오랜만의 브런치를 기쁘게 기다리는 사람.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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