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계획형의 생각 변화
요즘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MBTI 검사를 하면, 생활 패턴을 나타내는 항목에서 J가 높은 확률로 나온다. 일반적으로 J가 나오면 계획적, P가 나오면 유연한 성향으로 많이들 인식한다. 이러한 MBTI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나는 파워 계획형 인간이다. 계획 짜는 걸 즐기고 또 계획이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여행을 가게 되면 시간 별로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는 등 일상 속에서 다양한 계획을 세웠지만 제일 집착(?)했던 계획은 커리어 계획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끊임없이 미래에 내가 꿈꾸던 장래, 그리고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대학교 시절에도 어떤 회사, 어떤 직군을 바탕으로 취업 준비를 할지 구체적이고 그에 도움 되는 다양한 준비들을 해왔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썼는데, 일기를 읽어보면 그간 나의 인생 목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확실한 건 꿈도 많고 그 꿈이 자주 바뀌기도 참 자주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내가 이제는 덜 계획적으로 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계획들이 나를 옭아 메기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시사철 장기 계획 그리고 단기 계획을 꽤 그럴듯하게 짜고, 그 계획을 달성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바뀐 것만 수두룩하다.
중국어 과외 선생님의 영향으로 초중학생 때부터 싱가포르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외교관이 되어 싱가포르 대사관에서 일하고 싶었다. 또 조금 더 커서 나는 통역사가 되고 싶었으며, AI 번역으로 인해 통번역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을 깨닫고 늘 좋아했던 외국어를 살려 해외영업 직무로 취직하고 싶었다. IT 산업에 관심을 갖게 돼서 취직한 후 나는 또 기술에 흥미를 느껴 서울 강남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려 온 미래와는 직무도 거주지도 다르다. 하지만 이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또 다른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을 즐기고 더 멋진 나로 성장하면 되는 것이지, 계획과는 조금 바뀌면 또 어떠한가. 방향이 조금 달라져도 괜찮다.
덜 계획적으로 살자고 결심했다고 해서 아무 계획 없이 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장기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큰 그림이 늘 머릿속에 있다. 그리고 현재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해야 할 노력과 공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기 목표를 설정해 두고 계속해서 달성해가고 있다. 단지 계획에 얽매이고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제 액션에 더 집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또 새로운 기회를 맞닥뜨리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전 내가 그려둔 계획에 갇히는 게 아닌, 새로운 인생 청사진을 빠르게 그릴 수 있고 싶다. 그래서 이제 조금은 덜 계획적으로 살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