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어서오세요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A: 네, 삼현동 서종 초등학교 정문 앞까지 가주세요.
Z: 갖고계신 기타 때문에 자리가 좁으시면 트렁크 열어드릴까요?
A: 아뇨, 괜찮습니다. 지미랑 저는 한몸이나 다름없으니까요.
Z: 지미? 그게 뭐죠? 손님의 기타 이름인가요?
A: 네, 제 기타의 이름입니다. 전설적인 흑인 기타리스트 지미핸드릭스에서 따온 이름이죠.
Z: 락음악을 주로 좋아하시나 보네요. 저도 예전 대학시절 밴드 동아리였는데 그 떄 생각이 나네요. 그건 그렇고, 뭔가 합주나 레슨을 다녀오시는 길인가요?
A: 아뇨, 무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Z: 오! 제가 프로 기타리스트 분을 몰라뵙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허허
A: 괜찮습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오늘 프로가 될 뻔했던 기타리스트였으니까요.
Z: 이런... 오늘 뭔가 힘든 일이 있으셨나보군요.
A: 네. 그렇게 되었네요, 오랜 시간 준비했던 저희 밴드 데뷔무대를 망쳤어요.
Z: 너무 긴장하셨나봐요.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거죠. 앞으로 괜찮아질겁니다. 힘내세요.
A: 굳이 따지자면 제 경우에는 너무 긴장이 풀어져서 문제였던거 같네요.
Z: 긴장이 풀어졌다니 어떤 일이 있었던건가요? 연주가 문제였나요?
A: 아뇨, 제 연주는 완벽했습니다. 늘 그랬듯이요.
Z: 기타리스트가 무대에서 연주가 문제가 아니었다면 대체 어떤 것이...
A: 예, 말씀해드리죠. 하지만 말씀드리기에 앞서 저는 기사님이, 일말의 오해없이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고, 저의 심정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Z: 네, 알겠습니다. 손님.... 신중하게, 넘겨짚거나,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드릴 것을 약속할게요. 목적지인 삼현동까지는 아직 거리가 꽤 남았으니까 말씀 들어드리기 충분한 시간이 있어요. 그러니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A: 3년남짓 봐주지도 않고, 들어주지도 않는 길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저는 멤버들과 연습실에서 오래도록 갈고 닦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던와중에 어느 날 유명 방송사의 프로듀서에게 마침내 우리 밴드가 눈에 띄어 대중음악방송에서 우리를 제대로 주목해줄 수 있는 무대에 처음 설 수 있게 되었어요.
Z: 매우 흔치않고 소중한 기회였겠네요.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을테구요.
A: 네. 말씀대로에요.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오래전부터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준비했던 퍼포먼스를 실행한거죠.
Z: 그럼 그 ... 퍼포먼스가 문제였던건가요?
A: 네, 결과를 보니 그런가봅니다. 소개해준 프로듀서가 방송계 영구퇴출이란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
Z: 아니 대체....무대에서 무슨 일을 벌이신건가요?
A: 저는 모두가 이해하고, 즐겨줄 수 있을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던 퍼포먼스를 했을 뿐이에요.
Z: 그렇게 들으니 매우 궁금하네요, 그럼 이제 설명을 해주실까요 ?
A: 하반신을 전부 탈의하고 연주했습니다. 30초동안요.
Z: ............
A: ............
Z: ...손님.
A; 네?
Z: 제 신성한 택시에서 지금 당장 내려주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