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싶지 않은 세계에 대한, 보고싶지 않은 영상들이
최근 붐을 일으켜 인스타와 유튜브 곳곳에서 봐달라고 계속 머리를 들이민다.
정말이지 끈질길정도로 들이밀길래
한번쯤 그래, 어디 뭔가하고 봐주다보면
그 스토리나 장면들이 매우 드라마틱한데다가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엄청나기에 결국 시선을 끌긴 끌어서
대중들이 주목하는 그 화제성과 퀄리티를 인정하며 보게 되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썩 유쾌한 기분이 들진 않는다.
아니, 지들이 뭘 안다고?
지들이 뭘 안다고 사람들이 무엇을 봐야하고, 무엇을 보지말아야 하는지
자신들이 만든 절대적인 알고리즘이 다 정해줄테니
사용자들은 닥치고 그저 따라오라는 듯한 미디어 특유의 강요성이 일단 불쾌하다.
그리고 해당 컨텐츠가 보여주고자하는 대주제인 복수라는 방식의 비현실성.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영상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복수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큼
삶의 에너지와 여력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할까?
사랑과 행복을 위해 내어주기에도 모자란게
사람의 시간과 노력들일텐데 ...
고작 증오에 저만치나 할당한다고?
적어도 우리가 발딛고 사는 이 현실세계에서는 매우 희소할것이다.
따라서 그런식의 복수 또한 결코 이 세상 일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해보면
이 모든게 그저 자극성에 의존한 허무맹랑한 판타지.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안보이게 되는거다.
복수의 발단이 되는 비극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비극을 겪은 사람이라도
그 후로 이어지는 자신의 삶, 시간들 속에서
그런 비극과 다시는 상관이 없을 일상을 거머쥐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수많은 좋은 일들을 생성하고, 경험해가며
그 엿같았던 비극들을 기억도 가물가물한 먼 일로 만들어서
다시 행복해지고, 밝게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드라마 각본이 아닌
진짜 세상에서 발딛고, 숨쉬며 살아가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최선, 최고의 복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