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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uxxi Mar 22. 2023

짜증과 걷기

짜증이 나와버렸다는 건, 가득 차 있어 무엇인가를 더 이상 넣을 공간이 없다는 것. 빈틈없이 빼곡하게 차 있는 상황에서는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은 흐려진다. 무언가를 해내야겠는데 그래서 여러 일들을 벌려놨는데 진척이 없어 조바심이 들고, 조바심 때문에 복잡해진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일들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완벽주의에 극 J의 성향인 나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아는데 또 걸려들고 말았다. 결과는 결국 나 자신을 탓하기. 그것의 무한 반복. 그리고 멈추지 않는 손의 땀. 버티고 버티다 한약을 지어왔는데 아직까진 소용이 없다.

많은 것을 이루고 싶어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을 도통 잡을 수 없는 요즘.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봤다가 아예 닫아 버렸다가 참을 수 없이 가슴이 꽉 막히는 순간이 오면 걷는다. 한 달 동안의 흐름을 보면, 갈수록 걷는 시간과 거리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내가 느끼는 나의 상황이 막막해서이겠지. 이런 상황이 달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을 겪어 내고 있는 내가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해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이건 확실히 내가 자기 전 매일 하고 있는 오늘 하루 감사했던 3가지 일을 적는 나의 리추얼 덕분이다.

듣고 싶지 않은데 들리거나, 보고 싶지 않은데 보이는 것들도 어느새 내게 들어와 가득 채운다. 좀처럼 가만히 쉬기도, 어떤 것에 집중을 하기도 힘든 요즘. 정신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로 가득 차버린다. 쓰레기 더미에 갇혀버리기 전에 일단 몸을 움직여 나간다. 걷는다.

지금 이 시기에 내가 해야 할 건 분명하다. 마음에 귀를 더 기울이기, 그 마음이 원하는 대로 좀 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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