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OOO씨 맞으시죠? XXXX인데요, 혹시 입사일을 좀 앞당기셔도 괜찮을까요?"
"언제로요?"
"9월 1일이요."
"그건 좀 곤란하겠는데요."
"그럼 10월 1일은요?"
여기서 나는 듣는 사람 모두가 내 대신 애통해 한 슬픈 대답을 하고 만다.
"그럴게요."
계산해보니 10월 1일까지는 40일 정도 남은 상황. 걸음이 빠른 편이라고 자부했던 나는 '보통 천천히 걸어서 40일 걸린다니까 좀 서두르면 30일이면 걷겠지, 그럼 열흘이나 남네(?)'라는 건방진 생각에 더해 너무나 무더웠던 2018년 7,8월, 집에서 핸드폰 거치대와 선풍기만 친구삼아 드러누워 Vikings와 Braeking Bad만 주구장창 보던 생활을 하다가 드디어 노는 것도 지쳤으니 일이나 하자라고 '잘못된' 판단을 해버린 것이다.
우선 급한대로 비행기부터 끊고, 결국 아울렛에서 구경 좀 하고 인터넷으로 사려던 등산화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그냥 죽전아울렛에서, 배낭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에서 노스페이스 시즌 세일을 하면서 딱 내가 원하던 36L짜리 엄청나게 가벼운 배낭을 5만원에 팔길래 바로 겟! 등산모자도 마침 세일하는거 있다고 해서 겟! 고어텍스 자켓은 여름에 고어텍스 자켓을 구하려니 맘에 드는건 남자사이즈로만 있고 여성용은 주문을 해야한다고 해서 그냥 남성용으로 겟....등산 스틱과 침낭과 우비는 어쩔도리 없이 택배로 주문했는데, 우리나라 택배 배송 속도 만세 ㅠ_ㅠ....짐을 줄이는 것도 연습이라는데, 그런 연습할 시간도 없었다. 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8월 25일 프랑스 in/9월 27일 바르셀로나 out 일정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비행기 예약을 한 날짜는 8월 22일이었다.....)
*생장피드포르(2018/8/27)~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2018/9/21)까지 26일에 걸친 도보 순례길 여행기 입니다. 걷는 속도는 개인차가 있음을 유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