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엄마 추워 보일러 틀자!‘
난방을 틀었다
거실, 딸 방, 안방의 바닥이 따뜻하고 온기가 느껴진다
난방을 틀 수 있음에 감사한다.
초콜릿과 우유 한잔을 마시며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을 보고 있다.
10년 전 난방이 고장 난 원룸방..
퀸사이즈 매트리스 위, 분홍색 텐트 안에 있었다
딸에게 잠바를 입히고 이불을 덮고 안고 있었다
추울까 봐 바람소리에 놀랄까 봐 무서울까 봐 더 꼭 안았다, 하지만 곤히 자던 딸이 나를 안심시켜 줬다
그 밤을 생각하면 지금은 기적이고 축복이지
나는 안방의 퀸침대에 초록색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고 베이지색 암막커튼에 간이조명을 두고 책을 보고 있다
딸은 자기 방에 간이조명을 켜고 싱글 침대에 하늘색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새 아파트의 창문은 바람소리에 흔들리지 않았고 바깥에 비바람이 불어도 모르고 지낸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늘 11월이면 만들어두는데
나는 저 불빛이 너무 좋다 예쁘고 따뜻하고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트리는 원룸에 살 때 구입했었다
그 작은 원룸엔 큰 나무였다, 비싸기도 했다
딸에게 큰 트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택배아저씨가 트리를 2층입구에 두고 가서 3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낑낑댔던 기억이 난다
딸은 자기 키보다 큰 나무를 보며 좋아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무는 그대 론데 딸은 나무보다 키가 컸고 열여섯 살이 됐고 나는 어느새 마흔둘이 됐다,
나의 이십 대 삼십 대가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지금 여기까지 와보니 그래도 무탈했음에 감사,
큰일 없이 지내온 것에 다행이고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나는 지금 평온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