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elle Lyu
Sep 25. 2024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언제나 선택을 강요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의 책임은 자신의 몫이다
두 번 모두 선택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눈이 뿌예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되었다
급기야 난시와 백내장 수술을 했고 처음에는 잘 보이고 좋았으나 곧 눈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눈에 뿌연 이물질이 있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다시 안과를 찾았고 의사의 말에 따라 레저 수술을 다시 해야 했다
그리고 몇 개월 지났다
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처방은 다했고
더 이상 할 것은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섰던 게 몇 개월 전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일회용 인공 눈물을 넣었다
하루 시작을 인공 눈물 넣기로 열고 있다
매일 첫 번째 일례 행사였다
ㅠ
다음으로 하는 일이 일상 지속을 위한 약 먹기와 더불어
반드시 책을 읽으려면 돋보기를 써야 했다
돋보기를 썼다
노인과 바다
의 산티아고가 생각났다
청새치와 벌인 사투를 생생히 기억함은 이제 그 작품 속 산티아고의 삶이 가슴에 와닿는 시간을 지나서일까
글 한 자를 쓰려도
한 글자를 보려도
언제나 돋보기를 써야 한다
어쩜 돋보기가 산티아고를 끝까지 지켜 주며 곁에 있었던 마놀린이 아닐까 여겨졌다
돋보기는 노인과 바다의 마놀린이 되어 늘 사물을 내 눈에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밤새 산티아고를 생각했다
여러 가지 꿈을 꾸었고 모두 다 자신의 길을 잘 알고 방향성을 갖고 찾아가는 모습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돋보기가 말을 한다
잘 지내자고
늘 이제 내가 곁에 있어야 한다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그래 맞는 말이다
마놀린처럼 가슴 아파 돋보기가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쓰러움으로
바다에서 홀로 혼잣말을 했던 산티아고는
말할 상대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닫는다
산티아고 곁을 지키는 마놀린은
살은 다 상어에게 뜯기고 머리와 뼈만 남은 청새치를 지고 온 산티아고의 손을 보고 울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가만히 오두막을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는 내내 엉엉 울었다
말하다 또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엉엉 울었다
이제 제대로 노인과 바다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삶은 온갖 사건 사고로 점철된 사투의 현장임을 느끼게 된다
한 번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 보지 않을래
그것도 원문
원서로 말이야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대학후배 정애에게
영문학을 아는 정애에게
그리고 세상 뜬
하늘에서 지금도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문학을 사랑했던 진경이에게
말을 건넨다
반드시 원문 원서로 읽으라고
읽자고
다시 읽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