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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사람 Aug 05. 2023

구겨진 얼굴

웃음이 없었던 얼굴이 웃음으로 잔뜩 구겨질 때 표정을 좋아한다. 화가 나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머리가 깨지고 숨이 턱 막힐 때 나는 우리 병동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잔뜩 구겨진 표정이 간절해진다. 바보같이 환자 앞에서 세상 힘든 표정을 하고 울음을 참고 있는 날에도 할머니는 다른 말 없이 “괜찮아.”라며 손등을 쓰다듬어 주시기도 하고, 품속에 나를 숨겨 잠시라도 울다 갈 수 있게 해주시기도 한다.


세상에는 짜증 나는 것투성이다. 그런 세상 속에 살아가는 내가 싫다. 구겨지지도 않은 판판한 얼굴로 내뱉어대는 웃음소리도 거슬린다. 숨을 멎을 것만 같이 엄습해 오는 불안함이 지친다.


어릴 적 똥강아지라 부르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하다. 할머니 옆에서 누워 구겨진 얼굴로 똥강아지처럼 재롱떨다가 지쳐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잠에 드는 지금이 그런 서늘한 오후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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