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들로 가득히 엉망진창이 된 작은 방에 푹 잠기고 싶다. 쓰다만 이야기부터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을 모난 이야기, 당신에게 내밀기 위해 수백 번 지우고 썼던 이야기까지.
글이 되지 못한 내 세상 속의 주인공들은 때때로 나를 참 괴롭게 한다. 아주 반짝거리는 보석을 가지고 와서는 너는 왜 이렇게 빛나지 못하냐고 타박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바빠서 눈물 한 번 스쳐보지 못한 애석한 마음을 보여주며 너는 왜 감사할 줄 모르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글이 되는 순간, 그들은 내게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다. 내가 굳이 귀를 막지 않아도 그만하라고 울부짖지 않아도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간다. 그냥 종이에 눌어붙은 잉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