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죽음보다 낫다. 건강은 질병보다 낫다. 자유는 노예신분보다 낫다. 번영은 가난보다 낫다. 교육은 무지보다 낫다. 정의는 불공정보다 낫다.’ 이는 새뮤얼 헌팅턴과 함께 1999년도 <문화적 가치와 인류발전 프로젝트>라는 심포지엄을 주도하면서 로렌스 헤리슨이 요약한 유엔의 ‘인간권리선언’ 상징 문구이다. 1947년 미국인류학협회는 이 선언을 인종 편중에 근거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한 때 거부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이 되어버린 21세기 지금은 아마도 다른 분명한 변명거리를 내세워야 할 듯하다. 즉, ‘인간은 인터넷보다 낫다’ 혹은 ‘문화는 전쟁보다 낫다’ 등등처럼. ‘인터넷이 인간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첨단이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불문율로 존재해야 하리라는 바램에서이다. 또한 ‘인터넷이 곧 새로운 전쟁의 화두이다’라는 경고를 항상 인식함으로서 서로 필요에 따라 악용하는 시행착오의 역사를 가급적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필연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어쩌면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생활화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좀 더 확고한 신념을 가졌으면 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일지도 모른다.
과거, 문화는 삶의 질을 높이는 한 방편으로 중요시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 번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분야로 확고히 그 자리를 잡았다고 하겠다. 문화 콘텐츠는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그 나라의 국운을 좌우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즉, ▲국가 경쟁력의 꽃은 문화요, ▲문화 전파력의 꽃은 인터넷이고, ▲인터넷의 꽃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의 척도를 가늠하리라는 미래 학자들의 발표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내의 첨단기술 분야가 문화예술분야로 영향을 미치는 동향을 보면, 1980년까지 과학계통의 연구소나 학회 쪽에서 접근한 흔적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정부에서 추진한 5대 국가기간전산망 초대형프로젝트(국방망·금융망·행정망·교육망·의료망)가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그 관련 기술이나 파급효과가 문화예술계 쪽으로 미치고 있다.
1990년도 전후를 중심으로 미국 MIT 미디어연구소에서 출발한 멀티미디어라는 단어가 우리 귀에 익숙하면서부터 정보통신부가 조직되었고,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통신정보망의 강국으로서 기틀을 다짐과 동시에 문화예술 분야의 인터넷 르네상스 시대를 준비하게 된다.
2000년도를 들어서면서 콘텐츠라는 단어가 상용화되고, 정보통신부 주도의 일부 사업 영역이 문화관광부로 이전되는 과정을 겪는다. 문화관광부는 '문화산업발전 5개년 계획‘(1999), '문화산업비전21'(2000)과 정보통신부의 '사이버코리아21'(1999), '디지털 콘텐츠 육성법'(2000) 등을 발표하였고, ’콘텐츠코리아비전21‘을 중심으로 21세기 문화대국이나 지식경제강국 구현을 위해 2003년까지 총 수천억원을 문화산업 분야에 지원하는 종합적인 계획으로 그 힘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관광부는 산하에 문화산업지원센터를 흡수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지원센터를 개편한 한국게임개발산업원을 두어 적극적으로 제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2001년 말,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서비스산업 발전방안 수립계획’을 수립하고 각 부처별로 각 분야에 대한 발전방안을 수립해 오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에 따라 ‘문화산업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국산애니메이션 TV편성 제도 개선 ▲종합유선방송 및 방송채널사용사업에의 대기업?외국인 투자 제한 완화 ▲외주제작 정책의 실효성 강화 ▲버추얼광고 허용 ▲문화산업에 대한 중소기업 범위 확대 ▲문화산업분야 세제 및 금융지원 확대 등의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적극 추진할 계획을 2002년 1월에 발표한 바 있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IT(정보기술)·BT(생명기술)·ET(환경기술)·CT(문화기술)·NT(극소기술) 등의 차세대 첨단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주력하고, 전통산업을 첨단기술과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7천5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통신과 4세대 이동통신기술 등 IT 핵심기술 및 IT와 관련된 NT?BT접목기술, 콘텐츠 관련 기술개발에 주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방침은 궁극적으로 CT(문화기술) 활성화를 위한 세부 조치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로서 문화예술계의 기다림 그 자체요 또한 당연함이라 하겠다.
21세기의 세계 시장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문화산업의 핵인 디지털 문화콘텐츠 제작과 수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물꼬를 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텐츠진흥원)'이 2001년 8월에 개원되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드림타워 등에 6700평의 규모로 설립된 진흥원은 늦은 감은 있지만, 첨단 문화의 시대 대비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재단법인이다.
그동안 여러 형태로 설립되었던 문화산업지원센터 및 관련된 여러 기관의 일부 기능들을 흡수한 콘텐츠진흥원은 애니메이션·음반·캐릭터·출판만화·게임 등 문화콘텐츠 산업과 관련, ▲우수 콘텐츠 및 응용기술 개발 ▲마케팅 지원 ▲정책개발 ▲인력양성 등의 사업을 펼치게 된다.
2003년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는 1조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고, 문화관광부는 20억달러 수출 표를 잡고 있다.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은 작년 말 일반 기업이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만화영화 ‘큐빅스’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포켓몬’에 버금가는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를 볼 때, 세계적으로도 국내 제작 기획 능력과 기반 기술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의 후속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진흥원의 역할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고, 또 힘을 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데 큰 이견이 없다.
향후, 콘텐츠진흥원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거나 민간투자가 어려운 콘텐츠 개발 지원 ▲고비용 등으로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운 콘텐츠 기술개발 ▲민간의 유망 콘텐츠 개발지원 등을 위한 장기적인 버팀목과 선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그 첫해 지원책으로 2천6백억 규모의 사업비를 배정해 놓고 있다. 그 우선 사업으로 2월부터 문화콘텐츠의 사전 제작(pre-production) 지원을 위해 ‘파일럿(pilot) 제작 지원’, ‘해외 공동제작 지원’ 등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 있는 우수한 문화콘텐츠의 창작과 개발에 44억원을 조기 투입할 예정이다.
문화관광부는 2001년 6월에 국내 27개 예술문화 기관을 네트워크로 연계하여 운영하는 ‘전국문화인프라종합정보네트워크’인 ‘컬처넷21(www.culturenet.or.kr)‘의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제6의 국가기간전산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컬처넷 21’의 개발 목적은 정보화 기반이 열악한 문화 기관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된 정보를 각 기관과 이용자들이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2000년 6월부터 한국문화정책개발원 문화정보지원팀에서 시스템을 관리해 오고 있다가, 2002년 1월부터 콘텐츠진흥원으로 그 업무를 이관시켜 통합 관리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3년 동안 도서관·박물관·문예회관·예술단체 등 27개 시범 기관을 선정, 문화 인프라 표준 시스템을 보급해 왔다. 또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각종 문화 시설 정보 및 문화 관련 프로그램·예술인·예술단체·문화 관련 자료 등 15만여 건을 데이터베이스(DB)화 했다. 향후 800개에 가까운 관련 기관들과 연계하여 문화예술과 관련된 자료를 구축할 예정으로 계속 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특히 ‘지식정보연계 활용체계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www.cul ture-arts.go.kr)’과 ‘컬처넷21’을 연계함으로써 문화 정보에 관한 명실상부한 ‘문화예술망’으로서 종합적인 서비스망을 구축하고자 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상태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문화예술정보망이나 콘텐츠 개발 사업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반해, 순수 문화예술계 민간단체의 즉각적인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다음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한다면 빠른 첨단 과학 기술의 흐름이 문화예술계를 일순간에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 습득의 매체 변화에 적응된 수요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최대 수혜자인 초중등 학생 미만을 위한 콘텐츠가 우선 개발 대상인 이유로 만화영화나 이들이 좋아하는 음반·캐릭터·게임 등이 대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순수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정서가 적극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참여하는데 아직까지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예술단체는 단순히 시장경제원리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콘텐츠 산업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예술단체의 참여는 필연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시장 경제의 원리를 근거로 조직적인 사업을 해야 하는 기업체의 기능으로 볼 때, 관련 기업들이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예술단체와 더불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경제 논리의 잣대로 예술 가치의 잣대를 기준 삼으려는 일반 속성이 아직까지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IT(정보기술)를 사업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 분야에서 콘텐츠라는 말이 먼저 사용되었고, 이러한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산업분야로 CT(문화기술)라는 산업분야를 탄생시킨 것은 산업 발전의 과정일 수는 있다. 문제는 문화예술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인식 부족으로 인한 일회성 콘텐츠의 양산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문화예술분야의 전문기업에 충분한 참여기회와 지원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 CT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기술자가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예술인이 중심이 되어 기술자가 함께 더불어 보는 콘텐츠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문예진흥기금의 이름으로 공연, 전시, 출판 등에 대한 순수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 한국방송진흥원의 방송진흥기금을 통해 영화?방송 등 영상 분야의 지원, 그리고 지자체의 지방 문화행사 관련 지원 등이 주류를 이루어 왔었다. 이는 콘텐츠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예술인들의 예술문화 자원을 생산하는 재원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콘텐츠진흥원의 설립은 예술 문화 행위의 산물인 작품들을 새로운 매체에서 수용할 정보로 가공하여 많은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하는 첨단 산업을 통한 문화상품이란 새로운 용어에 예술인들을 익숙하게 만들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예술인들이 전통적인 예술분야에 종속되어 있던 개념을 첨단 기술의 접목으로 이루어진 매체 변화에 적응할 필요성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시대 변화의 필연이라 해야 할 것이다. 콘텐츠진흥원에서 주로 관장하게 될 애니메이션·음반·캐릭터·출판만화·게임 등의 콘텐츠와 이 콘텐츠와 긴밀한 관계를 지닌 예술 분야의 관련 상태를 예총 회원단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비교할 수 있다.
건축과 사진은 상대적으로 콘텐츠 산업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편 무용과 연극은 애니메이션과 상당부분 관련되어 있으나, 실제 적용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음악분야는 배경음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많은 관련이 있다.
가장 중요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문학과 미술이다. 문학의 경우, 애니메이션과 출판만화, 게임 등에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제공하며, 음반에 가사를 제공한다. 미술은 음반 표지 디자인에 영향을 줌과 동시에 다른 모든 부분에 절대성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 즉 영상 분야는 영화진흥위원회나 한국방송진흥원 혹은 방송사가 예총 관련 협회의 회원에 해당하는 전문인을 임직원으로서 종합적인 직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즉, 총체 예술로서 복합적인 문화콘텐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문화콘텐츠 상품의 제작은 어느 한 분야의 전문인의 노력에 의존할 수 없는 것이 상례이다. 이러한 경향을 비추어 보면, 당연히 많은 직업군이 만들어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즉, 콘텐츠작가와 이들의 모임인 作家群이 탄생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예술인이 콘텐츠 제작 기획력을 습득함에 의해 가능하다. 예술인은 많은 전문교육과 자기 개발 노력에 의해 탄생한다. 이러한 전문인들이 자신의 예술분야와 상관없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성장함에 있어 저해 요인이 된다. 고도의 예술 감각을 지닌 예술인이 전문교육을 받음으로써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 상품이 기획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예술계 인접 분야 전문가 및 기술자를 위한 예술분야의 재교육은 커다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서울미디어시티 2000’이 2000년 하반기에 2개월 가까이 열렸었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은 물론 나름대로 충분한 연출을 하려 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서 그 한계에 쉽게 부딪히는 이유인즉, 그 예술인을 함께 도와 작품이 승화되기까지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중심의 전문가 그룹들이었다. 결과론적으로 볼 때,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3차원 영상 연출, 고도의 음향 연출 등 다방면의 기술자들이 서로 힘을 합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러한 관련 기술자들을 콘텐츠작가라는 이름이 붙여짐으로써 예술적 차원으로 이끌어 들이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임은 매우 중요한 하나의 대안이라 하겠다. 2001년 12월 13일 창립총회를 가진 가칭 ‘한국디지털콘텐츠작가협회’의 결성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 보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作家群을 형성하고 전문교육을 시킬 기관의 설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현재 콘텐츠진흥원에서는 이러한 교육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데, 문화예술단체와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는 형태가 더 효과적이다. 즉, 예술과 문화의 일반 이론 및 문화콘텐츠 개념과 제작 원리 등에 관한 전문교육은 문화예술단체에서 총괄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이나 기술교육프로그램을 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배출된 전문인력을 활용해 문화콘텐츠 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과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역할을 콘텐츠진흥원에서 책임지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2003년도 우리나라의 핵심 예술단체들이 입주할 예정인 예술인회관은 그 교육의 장으로써 충분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문화콘텐츠 제작 전문 인력 양성은 우리 문화예술인이 중심이 되어 장기간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2002년 1월, 문화관광부는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인력과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방송영상 디렉터 스쿨’을 독립제작사협회(KIPA)에 개설하였다. 이는 곧 불어닥칠 위성방송시대를 앞두고 대량을 영상콘텐츠를 필요로 하기에 급히 서두른 감이 없지 않은 영상분야의 콘텐츠작가 전문직업교육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콘텐츠 교육분야의 종합 프로그램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학이나 예술단체에서 오래 전부터 대두되고 있었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의견들이 콘텐츠 산업 진흥 정책 기획 시에 충분히 반영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일 것이다.
예총은 현재 10개 회원협회를 40년 동안 유지해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예술단체의 맏형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서와 사회활동은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향유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문화 선진국의 세계적인 추세이며 국민의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문화산업 전반을 볼 때,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순수 문화예술을 지원하며 뿌리와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향후 문화예술의 첨단 산업화의 지원을 통해 일정한 줄기와 열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할 수도 있다.
현재, 문화예술 인접 단체들이 많이 만들어져 왔으나, 콘텐츠진흥원의 출범과 함께 문화콘텐츠 관련 단체들이 계속적으로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예총은 기존 10개 회원단체의 순수 예술작품들을 새로운 매체 형태의 제작을 통해 또 다른 부가가치로 승화시키는데 적절한 문화콘텐츠 관련 단체와 업무 협조 체제를 유지하는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는 문화예술 분야를 기존의 10개 예술분야로 흡수하여 각 소속분과 형태로 인정하는 전술이 필요하리라 본다. 경우에 따라 예총에서 분야의 성격이 복합되어 어느 한 분야로 포함시키기에 어려운 단체는 예총의 준회원단체 성격으로 활동을 지원하는 대안도 장기적으로는 고려해 봄직도 하다. 이는 문화관광부가 ‘문화컨텐츠진흥과’를 설치를 통해 직접 출자하여 출범시킨 재단법인인 콘텐츠진흥원의 역할을 인정한 것과도 그 맥을 같이 하지 않겠는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의 기대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을 통해 각 협회의 총체적인 문화콘텐츠 제작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수시로 발전해 가는 첨단 기술의 빠른 적응을 통해 예술작품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출함으로써 문화예술계의 제2 제3의 르네상스를 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전적 방향의 전환의 부가가치는 창작에 열중하는 예술인에게 긍적적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최근 개최되는 여러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우리의 업적이 세계에 부각되도록 힘쓰며, 문화의 활발한 국제교류를 통하여 인류문화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한다.” 이는 1988년 채택된 문예진흥선언문의 일부이다. 인터넷 환경은 이러한 다짐의 실천을 현실화시키는데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의 디지털화는 세계가 앞다투어 추진하는 국민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의 기회를 상업화로 이끌어 그 결과를 예술인에게 되돌리는 문화발전 연결고리에로의 승화는 한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 문화의 뿌리를 더욱 튼튼히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터넷 디지털콘텐츠의 시대가 그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역사 그래서 새로운 예술사의 맥을 이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문화 시대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문화발전의 핵은 예술인이다’라는 사실이다. 즉, 그 원시 콘텐츠는 창작을 통한 예술인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변하지 않는 원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산업은 예술인이 그 중심에 서야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중심에서 볼 때, 콘텐츠진흥원은 매년 문예진흥원보다 수배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려는 과정을 보는 예술인의 시각은 그리 달가울 수만은 없다.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현재 비예술인의 기업인들이 대부분이고, 또한 이 프로그램을 심사하는 사람 또한 거의 비예술인이라는 현실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그 섭섭함을 금할 수 없게 한다. 그 이유는 너무 문화산업의 지나친 상업화가 자칫 순수 예술 창작인으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인이 없는 문화콘텐츠 산업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범함을 가까운 가족 얼굴 보듯 자주 인식하고 그 중요함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유엔의 ‘인간권리선언’ 뒤에 ‘인간은 인터넷보다 낫다’라는 말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은 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닐 것이다. 물론 ‘문화는 경제보다 낫다’라는 말 또한 수많은 예술인들이 하고 싶은 말일 듯도 하다. 분명, 문화콘텐츠는 예술인이 주인공이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