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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Mar 16. 2022

‘제2의 자아’ 아바타 시대 살기

윈도우라는 말을 시작으로 멀티미디어란 말이 우리 생활용어가 됨과 동시에 인터넷 생활이 우리 삶의 한 수단이자 습관화된 지 10년 남짓하다. 이른바 사이버공간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유선전화나 팩스의 통신 수단이 이제 무선전화와 컴퓨터통신으로 인해 그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바타’는 이미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로봇나 복제인간의 개념처럼 특별한 의미로 현재 일부 경험하고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즉, 우리 자신의 모습을 사이버공간을 통해 대신 보이게 하려는 매우 혼란스런 초기 현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인간 성격발달이론을 주장한 교육심리학자 에릭슨의 제1단계 ‘신뢰’와 ‘불신’ 관계 형성에 관한 확립을 굳이 ‘유아를 돌보는 어머니의 관계’에서 ‘아바타를 돌보는 인간 관계’로 자칫 혼돈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은 최근 많은 사람의 뜻밖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마지막인 제8단계 논리에 따라 아바타 가꾸기에 실패하는 경우, 대리 만족 붕괴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 현상은 무조건적인 무력감으로 나타난다. 이 무력감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의 극치는 사이버 세계에서 어떠한 현상으로 나타날지 그 예측을 불허한다. 이는 결국 사이버폭력이라는 현상이 현실세계 파괴라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고, 그 피해는 곧 자기 자신이 그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다름 아닌 불특정 다수의 부지불식간 인간 전체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인 것이다.     


지식인의 역할은 예로부터 ‘인간 존엄성 지킴이’로서 그 본연의 자세를 견지해 왔다고 하겠다. 어떠한 경우든 인간성 파괴라는 사실을 무력화하는 데 있어 보이지 않는 공기의 산소 역할을 해오고 있다. 즉, 인간 본연의 모습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항시 일깨움으로써 현재의 평온과 미래의 인류 평화라는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상상 공간과 현실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버공간의 아바타에 어떠한 의미로 다가서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이 말하고 있겠지만, 우선 사이버공간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부터 다시 확인해 보자. 사이버공간은 장소와 물질에 기반을 두는 기존의 지리적 공간 개념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고 한다. 즉, 실물이나 지리적 공간이 실재하지 않지만, 보고 듣고 느끼며 활동하고 있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실의 세계란 점이다. 특히,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하여 존재해 그 어떠한 경계가 없는 무한대의 공간이다. 따라서, 상상력이 그 힘의 중추로서 다양한 규제나 제약을 현실과는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또한 교류되는 정보 일체는 누구나 임의로 수정․삭제․창조할 수 있고, 시공을 초월하는 모든 정보를 순간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있기에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 물론 사이버 세계는 누구나 아이디와 암호만 알면 접속할 수 있다. 또한, 사이버 세계의 모든 현상은 실제 인간과의 관계를 떠나 결코 그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사이버 세계의 행동에는 나름대로 기본 지침이 있다. 즉, 사이버공간의 주체는 인간이며, 모든 인간의 공동체의 공간으로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린 공간이기에 스스로 건전하게 가꾸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강령으로는 타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존중하고, 타인의 정보를 보호하고 자신의 정보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건전한 정보로 옳게 사용해야 한다. 또한 실명으로 활동하여 자신의 아이디로 행한 행동에 대하여 책임지는 등의 네티즌 윤리강령 실천을 통해 건전한 사이버 세계 문화를 조성해 나아가는 것이 기본이다.     


대체적으로 서서히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현실화된 인터넷 시대의 지식인 대부분은 사이버 세계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다. 그러나 급변하는 문화 모습을 형성해 가고 있는 사이버 세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새로운 현실세계의 도래를 안전하게 흡수해야 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아바타라는 대리만족은 자칫 잘못하면 중독될 우려가 있는 하나의 취미 활동이 되면 됐지, 향후 1세기 후 같은 먼 미래의 경우는 다른 차원이겠으나, 아직 삶의 중요한 요소는 아님이 분명하다. 따라서, 아바타를 통해 새 시대를 선도하려는 선지자들은 사이버 세계에 빠져 스스로 불행한 시간을 되풀이하는 주변 사람들을 계도하고, 건전한 이해와 활동을 통해 인간 존엄성 향상에 앞장을 서야 한다. 인간다움을 흉내 내려는 ‘제3의 자아’라는 또다른 아바타가 탄생하기 전에 말이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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