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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Nov 21. 2023

마흔에 느끼는 비슷한 감정

꽉 차지만 어느 순간 휑 빈 것 같은 그 감정

브런치 작가님들이나 40대가 좋아하는 김창옥 강사님, 박미경 강사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40대에 들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제법 닮아 있다. 끄덕끄덕 공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다 비슷하구나' 안도하며 나도 40대를 지나고 있다. 

어느 날은 이제까지 애쓴 노력으로 일구어 낸 것들과 함께 울고 웃어주는 친구들과 가족을 보며 꽉 찬 순간에 참 행복하다 생각들 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이제까지 것들이 금방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에 노후에 내가 기대했던 만큼 살아낼 수 있을까 헛헛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 순간에 다른 사람의 경험을 살 수도 없고 내가 가진 경험들이 하찮은 것도 아닌데, 그 경험들이 옛날 것이 되고 초라해 보일 때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고 엄마로서의 자리는 언제나 반드시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존재만으로도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내 딸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가장 떳떳하고 싶은 그 심정. 아마도 40대의 워킹맘, 일을 하다 지금은 전업주부인 모든 엄마들이 느낄 것이다. 

남편도 친정 엄마도 내가 될 수 없고 오롯이 내가 서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는 나이인 것 같다. 

30대 어느 날, 오롯이 내가 딛는 걸음에 대한 문구를 한 책에서 보았는데 그때가 아빠의 부재를 많이 느끼고 있던 시기라 난 그 문구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금세 차오른 눈물 때문에 텍스트들이 춤을 추더니 하얀 눈이 온 어둡고 긴 터널 앞에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고 아래로 내 발자국만 하나 찍혀 있었다. 

온통 아빠 중심이었던 우리 가족이 아빠를 떠나보내야 할 때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아빠 대신 엄마가 아팠으면 좋겠다. 아빠가 아파도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아빠를 너무 사랑했던 우리 엄마. 딸 둘의 눈에도 아빠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늘 가득했고 진했다. 그럼에도 몸이 아프면,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걸 우리 가족은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당시 나와 동생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맘 여린 여대생이였고, 그 의미를 깨닫기엔 나는 대학교3학년, 우리 동생은 대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두고 있던 어린 20 초반의 나이였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실 책상에 앉아 같은 선생님께 수업을 듣고 있던 친구들도, 같은 회사에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회사 동료들도 함께 가는 것 같지만 각자 걷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걸 항시 깨닫기는 쉽지 않다. 

가족을 이룬 지금도 우리 가족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지만, 결국 모두 다른 결정과 다른 삶을 살아간다. 외부에 있는 시선도 나를 보는 시선도 모두 필요하다. 

나는 딸에게도 늘 이야기한다. 동생과 너도 다르고, 네가 보기에 다른 친구와 네가 같은 상황에 있는 것 같지만 모두 다르다. 지금은 무슨 의미인지 오롯이 알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오롯이 친구뿐일 그 시기에도 엄마로서 계속 이야기해주고 싶다. 


지나고 보면 가장 좋은 나이가 40대라고 하는데, 조금 더 긍정적으로 즐겨보자.

40대 여성들에게 온마음 다해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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