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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Jan 31. 2024

손에 꽉 쥐고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한없이 좁아 보이는 내 인성

한동안 나는 왜 이렇게 직선적일까, 즉흥적일까, 섣부른가라는 문제를 마주할 때 마음이 힘들었다. 나를 알아가는 불혹에 나를 돌아보며 느끼는 부족함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두 손에 꽉 쥐고 애쓰며 살아온 내 많은 시간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라 불쾌하기도 했다.

너무 애쓰고 살아서 온갖 어깨 통증과 불면이 매일 아침 괴롭혔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이 어느 날은 뿌듯했고 또 어떤 날은 자존심 상하는 날들도 있었다. 즐거운 분위기를 이끌고 싶어 무리수를 두어 말이 많아지기도 했고, 내가 돋보이기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며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가진 능력보다 조금 더 앞서나가기 위해 손을 꽉 쥐고 애쓰며 살아온 것은 분명했다. 나보다 똑똑하고 훌륭한 인성 따뜻한 말투를 가진 더 나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내 부족함이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인데, 어렸을 때는 그 부족함을 어떻게든 메우고 싶었다면 요즘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인정하자.

가지려고 애쓰는 모습이 어느 현자의 눈에는 그 탐욕이 보일 것이고 나의 애씀보다 나비효과로 돌아가는 세상의 운이 한수 위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쥐지 않고 내려놓으려고 하니 동력을 잃은 듯 모든 게 타고났고 변화는 쉽지 않다고 자기 합리화를 공식화하는 샘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요즘 MZ세대들이 '유전자를 이기는 건 없어'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도 이해가 되고, '가난이 부를 대물림한다.'라는 실제적인 연구를 접하며 '거봐, 그런 거였어. 잘못된 시스템과 사회구조에 속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물인 인간이 홀로 무엇을 바꿀 수 있겠어.'라며 신세한탄만 늘어갔다.


옛날에도 그랬을까?

논어도 읽어보고 철학자 이야기도 검색해 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사색해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음식도 변해서 우리가 영양을 섭취하고 나무도 변해 체온유지를 하게 변화 듯 인간 또한 어제와 다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였다. 무기력하게 보낸 하루도 결국 오늘의 나에게 변화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방향이 중요한 것이고 손에 꽉 쥐지 않고 펼쳐서 힘을 빼고 걸어가 보자, 다시 뛸 수 있을 동력을 비축하는 시기라 생각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때 꽉 쥐고 뭐 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던 내 모습도 사랑스럽게 볼 것이다. 마치 아이들이 태어나 자신이 쥘 수 있을 만큼 온 힘을 다해 꽉 쥐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

그리고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힘을 빼고 손에 쥔 것들을 놓지만 분명 변하고 있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반드시 내 생애 안에 다 이루었다 완결될 무엇인가는 없을 것이고, 삶과 관계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그저 과정이고 나는 계속 변할 것이라는 대전제는 확실한 것이니. 이렇게 태어난 나를 아끼며 보듬어가며 어제와 다른 나로 계속 살아간다.


하나. 변화된 모습이 내 사랑하는 아이와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작용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쁜 짓하지 않고, 수단과 목적을 잘 구분해 내고 계속 걷자.

둘. 내 생각과 내 상식에 이해될만한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으면 감사하겠지만, 무례한 사람에겐 내공을 끌어올려 맞받아칠 수 있는 강단도 가지고 싶고, 신념도 가지고 싶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도 있는 어른이고 싶다.

셋. 그리고 또 하나 바람은 내 안의 게으름이든, 좀 더 편한 이기적인 선택의 순간이든, 그 어떤 타협을 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넷. 그리고 인생 1회 차인 내가 다 맞는 게 아니고 내 상식 밖의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고 선을 긋지 않으며 여유를 가지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있기를.

다섯. 내 결핍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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