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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May 08. 2024

시간의 무게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준비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

첫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며 꾸준한 글쓰기를 다짐했으나 역시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요 며칠 완전히 기력이 떨어져 종일 누워있기만 했던 2일 동안 다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건강, 잃고 나서 가장 크게 후회하는 일이지 않을까.

그전까지는 단지 병원 입구와 도로변이었던 곳이 병명을 듣고 나서 병원 입원을 하는 순간, 세상 밖과 병실이 되어 버린다는 걸 저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늘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지나던 신촌길인데 아빠가 입원하시면서 그 병원 입구가 마치 거대한 철문과 같이 무거워 보였거든요. 그리고 그 시간부터 저희 가족에게는 세상 밖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 관심밖의 일이 되었습니다. 오직 아빠의 건강만이 최우선이었고 봄 꽃이 피었는지, 바람이 부는지, 길이 얼었는지 전혀 상관이 없었죠. 요 3줄 기억을 들추어내면서도 전 다시 신촌 연세 세브란스 암병동 앞에 있게 되네요. 

그걸 잘 알면서도 제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성인 ADHD인지 이놈의 루틴 한 것을 실행하는 게 왜 이리 어려운지요. 운동을 잘하고 좋아했던 유년시절은 단지 잠시 체력장이나 1달에 한 번도 할까 말까 한 등산에서 신체적 체격의 다소 유리했던 부분 때문에 내가 잘한다는 착각에 빠졌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싱가포르에 오고 나서는 환경 탓을 할 수가 없습니다. 미세먼지 없고 언제든 나가서 뛸 수 있고 비가 와도 금세 그치니 그 어떤 핑계도 될 수가 없어지면서 저는 알게 되죠. 의지는 있으나 실행이 안 되는 거였구나. 내 의지가 내 엉덩이를 일으켜 세울 만큼 강하지는 않았구나.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 

싱가포르에 온 첫해에 테니스코트 장이 12시에 비어있기에 바로 레슨을 그 시간에 잡았다가 땡볕에 기미를 얻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그때는 그 더위에 운동을 할 수 있구나, 한국에서는 흘릴 수 없는 양의 땀을 흘리고 바로 수영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싱가포르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운동도 그러더니, 글쓰기도 의지가 '발행'을 이기지 못한 채로 2달 가까이 지난 것 같아요. 

저장만 된 글들이 있지만 발행시키지 않고 나에게만 와 있는 글들을 마주하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회피했던 것을 마주하고 걱정에 내 몸을 갈아먹은 건 아닐까. 인생은 왜 이럴까. 

내 의지 정도로는 잘 살 수 없는걸까. 잘 사는건 뭘까. 내가 인정해주면 그거면 되는건가.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만족이 생산성이 있는걸까. 내 만족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내 만족할만큼은 했나.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너무 이 악물다 보니 버겁던데 그게 맞는걸까. 

나이에 따른 삶의 경험과 태도가 쌓여 내 기준을 가지고 잘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가끔 이렇게 혼돈스러울 때 이제 몸이 반응하는 것일까요? 올해 유독 몸이 푹 꺼지면 회복이 안되는 시간이 있는데 한국들어가면 다시 건강검진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건강도 글쓰기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오롯이 주체가 나라서 내가 준비가 되고 내가 해야만 의미가 생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못하는 것은 대충하더라도 내가 잘하는건 집중해서 잘해내는게 또 내모습이라면 그것대로 토닥이며 이뻐해줘야하는거라는걸 머리는 알지만, 이것 밖에 안되나 싶은 생각에 실망하고 좌절했던 요 몇일이였던 것 같아요.


글은 그림이나 노래보다도 더 자신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게 되는 수단이라 매력적이고 또 그래서 어렵기도 하네요.

판매 목적의 글이 아닌 브런치의 글은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라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업이 아닌 사람이 기한이 있는 글을 썼다가 왜 그 제안을 받아 드렸을까 후회했던 적이 있었죠. 그래도 결국은 마무리하니 잘했다는 생각을 했지만요.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인생이라는 게 요 며칠 숨이 턱턱 막혔는데, 다시 브런치에 조금씩 풀어내면서 숨을 좀 쉬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살기 위해 적었던 일기 같은 글들을 작은 공간에 내어 놓으며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조금 숨 쉴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토닥토닥.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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