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퍼’시장의 MS 50% 이상 차지하는 브랜드 ‘YKK’에 대해서
형님들 안녕하세요. 여섯번째 글로 인사드리는
마케터 ‘김동숙, 김프로’ 입니다.
올해 달력도 단 2장 만을 남기고 있는 이 시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11월 아침에 출근 할 때 마다 차가워진 아침공기를
마주할 때면 괜스레 센치해 지곤 합니다.
얼마전 저는 백화점에 들려 ‘퀼팅자켓’ 하나를
장고 끝에 구입 했습니다.
퀼팅자켓 하나를 사는 데도 약 한달 동안
고민하며 (ENTJ 성격이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
‘바버(Barbour), 폴로(Polo Ralph Lauren)’ 등
최근 트렌디한 브랜드 들을 직접 피팅했지만
생각보다 몸에 감기지 않아 짜증이 나려던 찰나
눈 앞에 보이는 ‘에피그램(epigram)’ 매장에
홀린 듯 들어가 첫 눈에 보인 녀석을 들고
지체없이 카드를 긁었습니다.
워낙 디테일 한 거에 목숨을 거는 타입이라
지퍼도 위아래로 왔다리 갔다리 하며 컨디션을
체크 했습니다.
지퍼를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제 눈엔
지퍼에 각인된 로고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YKK’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에피그램 옆에 있는
유니클로 로 자리를 옮겨 구경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패딩의 지퍼를 들춰서
봤는데..
역시나 ‘YKK’
전 세계 어느 옷이나 가방, 신발에 달린
지퍼를 보면 어김없이 각인된 이니셜.
지퍼를 최초로 만든 사람의 이름 이니셜
이 아니냐는 풍문까지 돌았던 지퍼 브랜드!
오늘은 미국에서 최초로 발명된 ‘지퍼(Zipper)’를
세계적으로 대중화 시킨 일본의 굴지의 기업
‘YKK’에 대한 브랜드 이야기와 마케팅에 대한
썰로 ‘아는 척’ 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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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K’ 라는 브랜드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이었다.
그 당시, 남자 고등학생의 유니폼 이었던
‘아디다스 져지’ 와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를
나도 부모님의 등골을 브레이킹하며 구입했고
턱 끝까지 지퍼를 올리면서 자연스레 ‘YKK’ 라는
지퍼의 로고를 보게 되었다.
당시 유치 하지만 친구들 끼리
지퍼의 이니셜로 편 까지 가르면서
내 지퍼가 좋은지퍼다! 네 지퍼는 싸구려다! 하면서
말싸움에서 몸싸움 까지 번지곤 했다.
(당시 놀림을 받던 친구의 지퍼는 ‘SBS’ 였다.)
* SBS 지퍼 : 중국 제조의 지퍼 브랜드
도대체 ‘YKK’ 지퍼가 뭐길래!
얼마나 대단한 브랜드 이길래!
내 옷장 속 모든 지퍼에 각인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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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K’ 브랜드 설명에 앞서 ‘지퍼(Zipper)’ 의 역사를
짧게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자.
‘지퍼’는 1893년 미국의 엔지니어
휘트컴 저드슨(Whitcomb Judson)이 발명했다.
그는 평소 군화를 신고 출근을 하곤 했는데
뚱뚱했던 체격 때문에 매번 출근 때마다 군화끈을
메고 푸는데 귀찮음을 느꼈고 이에 갈고리 형태의
금속 잠금장치를 개발한게 현재의 지퍼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1923년 굿리치 사(Goodrich co.)의
선드백(Gideon Sundback)이
휘트컴의 금속 잠금장치의 문제점을 실용적으로
변신시켰으며 이는 제 1차 세계대전의 미군용품
에 적용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를 적용한 신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여닫을 때 나는 ‘지-익’ 소리를 본따
‘지퍼(Zipper)’ 라고 신발 이름을 지었고
이후 ‘지퍼’라는 이름은 잠감장치를 부르는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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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하게도 ‘지퍼’의 시작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현재 세계적인 지퍼 브랜드는 일본의 ‘YKK’ 다.
‘YKK’는 ‘요시다 공업주식회사’
(Yoshida Kogyo Kabushikikaisha)
의 약자이다.
‘YKK’는 1934년 설립된 지퍼 전문 회사로
전 세계 지퍼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지퍼계의 공룡 브랜드 이다.
‘YKK’의 전신은 1934년 창업자 타다요 요시다의
‘산에스 상회’ 에서 시작되었다.
‘산에스 상회’는 지퍼류 제품을 생산하는 아주 작은
생산업체 였으나 1945년 태평양 전쟁 도쿄대공습 때
공장이 불타 없어지게 되었고
그 이후, 타다요 요시다의 고향인 도여마현 으로
이전해 현재의 상호명으로 탄생하게 된다.
‘지퍼’의 대중화가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시작된 것 처럼
‘YKK’도 당시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의 군장류
지퍼의 문제점을 파악해 ‘자동체인설비’를 수입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품질로 미군에 납품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의 군수품
일부분의 지퍼를 ‘YKK’ 에서 공급하게 되었고
이 때부터 ‘YKK’는 ‘품질과 신뢰’ 를 기업의 모토로
삼아 메가 브랜드 회사로 발돋움 하게 된다.
현재의 ‘YKK’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Levi’s)’ 를 빠뜨릴 수 없다.
그동안 청바지를 비롯한 수많은 옷들은
수년 동안 재단사 및 의류 제조업체가 후크,리본,
단추 및 리본을 사용해 생산했다.
그 후, 미국의 리바이스(Levi’s) 에서는
1947년에 ‘지퍼’가 달린 첫 번째 모델을 출시했고
그 이후에도 줄곧 지퍼 달린 청바지를 양산화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원래 리바이스 에서는 납품업체 로 부터
지퍼를 대량 구입해 일일이 손수 청바지에
박음을 하는 공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었다.
이 부분을 캐치한 ‘YKK’는 지퍼를 자동으로
청바지에 박음질 해주는 기계를 개발.
그 기계를 리바이스에 제공했다.
물론 그 기계는 ‘YKK’ 에서 생산하는 지퍼만
사용가능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고
생산공정 및 가동율이 효율적으로 되는 이 기계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 기계 공급을 계기로 ‘YKK’는 리바이스에
지퍼 독점 공급권을 따게 되었고 이후부터
‘YKK’의 세계화가 시작되게 된다.
(지퍼를 단순 청바지의 파츠(Parts) 로만 본 것이
아니라 공정 전체를 바라보는 원시안 적인
타다오 요시다의 경영자 마인드가 놀랍다.)
‘YKK는 지퍼를 만들지 않고 만족을 만든다.’
YKK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이다.
YKK의 지퍼는 1만번 이상의 개폐가 가능한 품질
내구성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산은 내구성 수준이 1,000회 개폐 정도라고
하니 대단한 품질이다.)
‘품질’ 위주의 경영정책을 회사 창립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오고 있는데
이는 세계 어느나라의 YKK 지사와 공장을 가던지
간에 생산설비 일체를 ‘일본’에 두고 있다.
생산기계, 천, 실에 이르기 까지 모든 부품과 장비를
일반에서 조달한다.
(이 때문인지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처음 달에
입고간 우주복의 지퍼도 ‘YKK’가 제작했다.
엄청난 장인정신이 가져온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YKK는 어떤 지퍼모양도 주문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
지퍼 생산기계를 외주가 아닌 직접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복잡한 지퍼도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Uniqlo)’가 왜 YKK 만을 고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2주마다 제품구색을
바꾸는데 그 때마다 그에 맞는 지퍼로 납품한다.)
‘YKK는 자사의 제품을 단순히 ‘지퍼’에 한정짓기
보다 ‘열고 닫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라는 가치를
부여한다.
이 같은 가치부여는 수분의 유입을 막는
방수지퍼나 고리를 들어올려야만 내릴 수 있는
안전지퍼 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퍼를 단순히 단추의 대용품으로만 보았다면
불가능한 YKK 만의 시선이다.
21년 현재,
나이키, 루이비통, 페라가모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
및 명품 브랜드를 비롯
우리가 흔히 입는 잠옷과 신발에 까지
YKK지퍼의 끝 마무리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없다.
지퍼의 대중화가 된 지금,
YKK는 YKK 지퍼의 모사품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지퍼의 로고만 각인해서 생산하면 누구나 다
생산할 수 있기에 지퍼의 테입 혹은 별도의
공간에 YKK만을 알 수 있는 표식을 해둔다고..)
품질 하나만으로 일본의 작은 동네에서 시작한
지퍼공장이 세계 모든 의류와 신발, 그리고
실생활에서 여닫음이 필요한 모든 공간에
‘YKK’ 라는 브랜드로 각인되게 만든 회사,
‘YKK’
현재는 창업자의 아들인 타다히로 요시다
회장이 이끌고 있는 제2의 YKK가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보여주게 될 지
사뭇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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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YKK편은
제조사 마케팅을 하고 있는 나에게 공감을
준 브랜드 이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고 트렌드에
민감하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가장 기본인 ‘품질’ 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준 브랜드가 ‘YKK’ 다.
B2B 위주의 브랜드로 대 소비자 광고 혹은
제품을 출시하지 않기에 일상속에서
화려하거나 멋있어 보이지는 않겠지만
나름의 자리에서 끊임없는 개발과 투자로
B2C 제품을 서포트 하는 부분은 실로
존경스럽기 까지 한다.
최근, 해외직구 및 MZ세대 들의 명품소비가
늘어나면서
내가 산 명품이 짝퉁이 아닐까 하는 소비자들의
걱정이 늘어난다고 한다.
인터넷에 ‘명품 짝퉁 구별법’ 을 검색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부분이
바로 ‘YKK 지퍼’ 유무다.
왠만한 명품에는 ‘YKK 지퍼’가 달려있으니
이 부분을 필히 확인하라는
소비자들의 이야기가 퍼져나가며
명품 짝퉁 판가름 법의 하나로 YKK 지퍼가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B2B 브랜드라고 해서 소비자 광고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YKK는 세계적인 브랜드 이긴하나
대중적인 이미지가 아직은 부족한 브랜드
이므로
최근의 바이럴을 토대로
명품에 들어가는 지퍼 브랜드!
알고보니 일상생활 속 중요한 모든 곳에
항상 있는 브랜드! 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로열티 있는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얼마전에 산 퀼팅자켓을 입고 출근을 해야겠다.
물론 날이 추우니 지퍼를 턱 끝까지 올려야 겠지?
‘YKK 지퍼’ 가 참 고맙게 느껴진다.
이상 마케터 김동숙, 김프로 였습니다.
편안한 한 주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