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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Jan 30. 2023

[1] 대장정 첫 5일의 준비사항(1)

까미노를 준비하는 즐거움

야고보를 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된 때가 2002~03년 경이었다. 언제인가 한 번은 꼭 걸으리라 다짐한 것이 벌써 20년이 넘어섰다. 작년 중순부터 2023년에는 꼭 떠나다는 결심을 굳히고 하나씩 준비를 해오는 중이다. 지난 주말까지 까미노 첫 5일 동안 필요한 예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장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로바로 예약을 확정 지은 경우도 있고 수개월동안 지루하게 기다린 끝에 예약을 마칠 수 있던 사항도 있다. 어쨌든 까미노를 적응하기에 급급할 순례일정 초반부에 필요한 내역을 정하니 한결 여유로운 심정이다.


누구나 처음 순례를 준비하면 다소 막연함을 느낄 것이다. 순례 기행서적을 여러 권 읽고 경험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소중한 탐방기를 꽤 훑어보았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준비를 잘하고 있나?', '뭔가 잘못된 걸 모르거나 빠트리진 않았나?' 기우라 여기면서도 마음 한편에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더해 코로나가 대유행한 3 년 동안 바뀐 게 제법 많다. 글을 적다 보면 내가 누락시킨 걸 뒤늦게 알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초보 순례객에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그간 준비해 왔던 과정을 간략히 정리한다.


1. 항공권 예약 - 네덜란드 항공(KLM) 파리 IN 마드리드 OUT

코로나가 산티아고 순례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게 물가다. 항공 운임이 대표적이다. 프리 코로나 당시에 파리 왕복 항공권이 국적사 100만 원, 외항사 80만 원 전후였다. 지금은 두 배 가량 올랐다. 올해 순례를 떠나기로 작정하자마자 작년 7월 말에 항공권부터 구입했다. 순례길에 동행할 친누나 일정을 감안하여 서울 출발을 4월 중순으로 잡았다. 당시 국적기인 대항항공의 운임은 왕복 230만 원 대였다. 금액도 금액이려니와 우리가 원하는 파리 도착 시간대가 없었다. 별 고민 없이 항공운임을 비교해 주는 스카이스캐너(skycanner)로 검색했다. 마침 우리에게 딱 맞는 비행 스케줄을 제공하는 외항사가 있었다. 에어 프랑스 자회사인 네덜란드 항공이다. 가격은 왕복 80만 원대. 1시간 반 가량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환승 대기하는 것치곤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장거리 여행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관광 없이 바로 생장 피에드포트로 떠나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감안해서 전 일정 프리미엄 좌석으로 승급하고 순례 완주를 기념하여 귀국 편 프리미엄 밀까지 신청해서 왕복 120만 원대로 끊었다. 지난 주말 같은 조건으로 검색했더니 16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국적사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skycanner나 kayak 같은 항공권 비교 사이트에서 자신의 조건에 맞는 항공사로 사전에 미리 정하길 추천한다. 단, 국적사에 비해 외항사들이 급작스레 스케줄 변경하거나 출발지연으로 환승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에도 12월 말에 당초에 비해 비행 스케줄이 2시간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안내 메일과 틈틈이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2. SNCF 열차 예약 - 파리에서 생장까지 기차로 이동

우리는 까미노 탐방기간을 총 42일로 계획했다. 좀 더 여유 있게 트레킹을 하고 순례 후에도 현지 관광을 하고 싶었지만 시부모님을 모시는 누나 상황을 고려했다. 그래서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아침 7시 55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생장 행 교통편을 알아봐야 했다. 도착 첫날을 생장에서 자는 걸로 예약을 미리 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생장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하니 TGV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항 입국 심사 과정에 한두 시간이 소요되고 파리 중심가로 이동하는 시간대가 러시아워라는 점이다. 생장에 도착한 다음 현지에서 저녁 요기라도 제대로 하려면 12시 11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 한다. 다음 열차는 14시 5분 출발. 정오 경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대략 4시간 10분 정도. 입국수속과 몽파르나스로 이동하는데 소요될 시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시간, 합리적인 예상으로는 3시간 정도를 잡아야 한다. 잘해야 한두 시간 여유가 있는데 돌발적인 변수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촉박하다. 파리는 운수노조 파업, 지하철이나 도로 리뉴얼 공사로 교통 정체가 극심하기로 유명하다.

12시 11분 열차로 예약할지 말 지의 고민은 의외의 곳에서 해결되었다. SNCF(프랑스 국유철도 기업) 예약 사이트가 1월 25일에 4~5월 휴가철 예매를 오픈했는데 12시 11분 출발 편은 아직 배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2시 5분 편으로 구입했다. 원래 목표보다 2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수화물은 기내반입할 예정이어서 짐 찾는 시간이 필요 없고 전자 심사대로 통과할 거라 내심 한 시간이면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RER-B를 이용하기 어려울 경우 택시를 이용하려고 한다. 몽파르나스역에서 서너 시간이 생긴다면 역사 주변과 에펠탑을 둘러보거나 데카트론 매장을 찾고 점심을 가볍게 먹기 충분할 것이다.


3. 교통편과 관련된 몇 가지 팁

1. 파리 여행을 할 때 한국인들이 애호하는 LE BUS는 현재 운행이 중지된 상태이다. 만성적인 적자와 코로나로 인해서라고 한다. 언제 다시 운영될지 계획이 없다. 버스로 시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ROISSY BUS나 지하철-버스 환승하는 방법뿐이다. 지하철 역시 노선 개선 공사로 이용에 제한이 많고 연착이 빈번하다. 당분간 시간에 쫓긴다면 택시를, 여유가 있다면 로이시나 일반 버스가 낫다.

2. 샤를 드 골 공항에서 파리까지 택시요금이 올랐다. 현재 요금은 파리 오른쪽 지역 53유로, 파리 왼쪽 지역 58유로이다. 공항 사정과 교통편들의 최근 상황들은 샤를 드 골 공항 홈페이지(parisaeroport.f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3. 생장 피에드포트 행 열차는 SNCF-CONNECT(TGV와 열차 예매 사이트)에서 예약했다. 낮은 가격부터 판매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일찍 발권하는 것이 낫다. PC 버전은 영어로 손쉽게 번역이 된다. 반면 모바일 앱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구글 번역을 등록해 놔야 가능한데 일부 PDF 형식의 일부 콘텐츠들은 번역이 되지 않는다. 예매와 예약 일정의 변경 등은 PC 버전이나 이메일에서 확인하는 게 편하다. 예전에는 티켓을 PC에서 발권할 경우 모바일 앱에서 e-티켓을 확인할 수 없어 별도로 파일은 다운로드해 놓거나 인쇄를 해야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바로 연동이 되기 때문에 굳이 모바일로 예매할 필요가 없다. 아직 오픈되지 않은 일정이 언제 발권 가능한 지 등도 이 사이트에서 조회가 가능하니 공항과 열차 사이트는 한 번 즈음 숙지해 보는 것이 좋다.


4. 예약 자료 백업

동물 성향 테스트에서 나는 피곤한 고양이 스타일이라고 한다. 남을 잘 안 믿고 잡생각과 쓸데없는 잔 걱정이 많다. 혹시나 해서 항공, 열차 예약티켓을 한 부씩 출력하고 핸드폰에 PDF로 저장했다. 그런데 만일 인쇄물도 없고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지난 주말에 지금까지 예약한 내역들을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했다.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예비로 지참할 공기계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누그러진다.


20 년을 벼르던 순례길을 떠나기 앞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즐겁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막상 걷기 시작한다면 왜 왔을까 하는 후회가 분명 있을 것이다. 사서 고생할지언정 오래 묵혀둔 숙제의 첫 문제를 푸는 것이 꽤 행복하다. 우리 남매가 디딜 순례의 첫걸음은 이렇게 행복하게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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