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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나 김선자 Mar 29. 2024

인도여행

8. 동양의 리스본, 고아지방으로 가다.



이번 여행에 있어 또 하나의 목적은 잠시나마 파리의 습한 겨울을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며칠간 따뜻한 아라비아 해변에서 보내기 위해 인도 남서쪽 고아지방을 가기로 했다. 유럽인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곳이다. 우선 바닷가를 가기 전에, 아름답게 잘 보존된, 트램 없는 인도의 작은 리스본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이곳은 16세기 포르투갈인이 처음 정착했던 곳으로 옛 식민지 시대의 흔적과 영예로웠던 그때의 모습을 증언하고 있다. 이에 가톨릭 인구도 많은 지역이다.  


우리는 탄자부르에서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트리시공항에 내렸다. 공항은 한적했고, 직원들은 보기 드물게 친절했다.  

출국절차를 끝내고 보안대를 거치는 순간, 남편의 검열대에서 '삑'하는 소리가 났다. 알고 보니 몸에 지닌 가방에서 접이식 휴대용 스위스 칼이 나왔다. 여행할 때마다 항시 지니고 다니는 것인데, 화물칸 가방에 넣는다는 것을 깜박 잊었던 것이다. 아깝지만 휴지통에 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공항직원들이 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다행히도 가방이 비행기로 옮겨지기 전이라 직원 한분이 달려가 가방을 들고 왔고, 칼을 넣을 수 있었다. 경험상 러시아의 모스크바 공항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그러는 사이 공항직원과 남편은 이미 친숙한 관계처럼 인도문화를 주제 삼아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고, 남편의 무안한 마음도 조금이나마 덜게 했다. 친절은 역시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것인가 보다. 물질적이던, 비물질적인 시간과 정신이든 간에,


트리시 공항에서 고아까지는 직행이 아닌, 타밀나두 주의 수도인 첸나이를 경유해야 한다. 환승을 위해 첸나이공항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지체한 후 다시 1시간 비행으로, 따라서 총 3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기차보다는 훨씬 빠르다.

고아는 공항부터가 여느 공항과는 색다른 분위기에 멋진 건축물이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수도 판짐의 정류장에 도착, 다시 릭샤를 타고 퐁테야 구역에 있는 우리의 숙소 게스트 하우스에 닿았다.

간난의 긴 여정 끝에 도달한 고아 주의 옛 포르투갈 마을은 인도라기보다는 유럽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고색의 아름다운 집들, 성당, 잘 정돈된 모습에서 여기가 과연 인도가 맞나? 인도에서 인도가 아닌,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기묘한 풍경이었다. 익숙하고 편안하면서도 한편은 이색적이고도 낯설었다.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물가도 꽤 비쌌다.  

호텔은 고풍스러운 서양식 멋진 건물과 조용한 골목 끝에 위치해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주인장의 작고 비열한 농락 탓에 기분이 조금 상했다. 왜냐하면 예약한 큰방이 아니라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던 것이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그때사 변명을 늘어놓는다. 지금은 사람이 묶고 있으니 내일 다시 바꿔주겠단다. 겨우 이틀 묶을걸 귀찮게 또 바꾼다고? 그 뜻이 아니잖은가? 중요한 건 도덕성과 정직함의 문제인 것이다. 왜 진작에, 처음부터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는가? 먼저 우리의 양해를 구하는 게 순서가 아니었던가?

인도인들의 상술에 또 한 번 혀를 차게 한다. 그럼에도 운치 있는 방 분위기와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쉬이 넘겼다.

이처럼 외국여행객들을 상대하는 분야에서 인도인들의 노련한 잔꾀와 정직하지 못한 상술은 절대 릭샤나 택시에만 한정된 게 아니었다. 방 바꿈은 뭄바이의 호텔에서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왼쪽; 첸나이 공항 / 오른쪽; 고아 공항
우리가 머문 게스트 하우스


고아(Goa)는 도시가 아닌 주(州)의 명칭이다. 흔히 통틀어 고아라고 말하지만, 수도는 판짐(Panajim) 또는 파나지(Panaji)라고 부른다. 그리고 신고아와 구고아로 나뉘어있으며, 인간적인 규모로 작지만 막강한 문화도시로서의 마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아는 1510년부터 1961년까지 포르투갈의 영토였다. 빛, 기후, 비옥한 푸른 땅에 꽃들이 피어나고, 생기가 넘친 열대 초목과 코코넛 나무, 논밭의 풍경이 긴 해변을 따라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에 둘러싸여 있다. 모두가 이미 남인도의 테두리 속에 있는 것 같다.

북쪽 내륙으로 올라가면 야자나무 아래 잠든 교회와 포르투갈의 아줄레호 도자기 타일로 예쁘게 장식된 화려한 집들이 위대했던 과거의 증인처럼 힌두사원과 공존한다. 이와 같이 언어, 종교와 건축물로 입증된 강력한 지역적 정체성을 지닌 곳이다. 그럼에도 불문하고 오늘날 점차 힌두교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여행객들은 외국인도 많지만 어느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인도인들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서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아름다운 아라비아해변을 가기 전에 잠깐 이 작은 옛 포르투갈 마을에 머물며 유럽의 정취를 담으려는 것이다. 흡사 포토존 같았다.

수도 판짐을 말할 것 같으면, 1541년에 지어진 노트르담 무염시태(Notre-Dame de l'Immaculée Conception) 성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중심부 교회광장(Place de l'Église)을 주변으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명소들과 함께 오래된 매력을 가진 도시다. 이 수도는 1759년에 올드 고아에서 옮겨져 왔다.

당시 포르투갈의 총독부였던, 지금의 올드 고아에서 엄청난 전염병이 돌아 인구가 급감했었고, 결국 이곳으로 이전되었던 것이다. 이후 마을은 번성하여 1843년에 "신 고아"(노바 고아)로 도시이름이 변경되어 성장하였고, 고아(현재의 올드 고아)를 대체하여 새로운 식민지의 행정 중심지가 되었다.

그리고 올드 고아(Old Goa, 포르투갈어: Goa Velha)는 신고아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갔다. 가는 길목에 현대건물과 열대나무들 사이사이 예스러운 유럽풍 집들이 빛바랜 모습으로 한때의 영광을 얼비추었다. 그러나 완전히 그 우아함은 잃지 않은 채 차분히 그럼에도 단연 돋보였다.

올드 고아는 마치 야외 박물관 같았다. 사람이 사는 집들은 잘 보이지 않고, 교회와 수도원만이 여전히 도시의 중요성을 증언하면서 독특하게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분류되어 유적지와 기념물들이 순례자와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바로크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비록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특히 선교사 프란시스 자비에르(Francis Xavier)의 유물이 있는 본-지저스 대성당(Basilica of Bon- Jésus)과 성-캐서린 대성당(Saint-Catherine Cathedral), 고아의 공언된 집, 아시시의 성-프란시스 교회(église Saint-François d'Assise), 생트-캐서린 예배당, 생-가에탕 교회(église Saint-Gaëtan), 세인트 어거스틴 타워(tour Saint-Augustin), 생-자비에르 예배당 등이 볼거리다.


역시 고아는 힌두전통의상보다는 현대인의 일반적 차림새가 눈에 더 많이 띄었고, 마치 인도인들이 유럽에 여행 온 것 같았다. 따라서 트램은 없지만, 인도 속 작은 리스본! 포르투갈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골목 끝의 파란색 집이 우리 숙소다
판짐(파나지)의 포르투갈 마을 풍경
판짐 (파나지)의 포르투갈 마을 풍경
판짐의 노트르담 무염시태 성당
판짐의 성당 광장
올드 고아의 봄 지저스 대성당(Basilica of Bom Jesus, 1594 - 1605)
올드 고아의 성 캐서린 대성당 (1533 - 1619)
올드 고아의 성 캐서린 대성당 정면 (1533 - 1619)
올드 고아의 17세기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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