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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훈 Jan 06. 2023

미루기와 완벽주의

"결과를 두려워하기 전에 먼저 시작하라. 모든 시작은 위대하다."

- 정약용



요즘 연초가 되니 지속 분주한 마음입니다. 일 년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미룬 일을 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새해 계획과 관련하여 <미루기와 완벽주의>에 대해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루기와 완벽주의의 단어, 주제만 들어도 정말 공감이 되시지요? 그 둘 사이에 서로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루기는 매우 흔합니다. 정의를 해보자면, 국어사전에 "정한 시간이나 기일을 나중으로 넘기거나 늘이다."라고 말합니다. 해야 할 것을 나중에 하는 것이며, 외부로 나타나는 행동이 느린 것과 관련하여 꾸물거리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꾸물거림은 우울, 불안, 죄책감, 낮은 자아존중감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울/불안 같은 신경증 위험 요인이면서 증상이라는 얘기입니다. 학습 장면에서는 흔히 학업 스트레스 자체가 꾸물거림과 직접 관련이 됩니다. 스트레스가 높아 꾸물거리기도 하고, 꾸물거리는 것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부모님이 고민 상담을 하는데, 자녀가 숙제를 제시간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양한 과제를 미룬다고 합니다. 특히, 하기 싫은 것, 어려운 공부를 할 때 시작을 잘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자세히 맥락을 들어보니, 가족 구성원 모두 성격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고, 아이도 꼼꼼하고 잘하고 싶고, 실수를 두려워해서 긴장과 두려움에 시작을 못하고 미루는 행동이 있었습니다. 완벽주의(完壁主義, perfectionism)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비난이나 비평을 면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말합니다(교육학용어 사전). 국어사전에는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말합니다(우리말샘 국어사전).


평소, 완벽주의와 관련한 미루기는 업무 중에도 자주 관찰됩니다. 문자를 제대로 잘 보내야지 했다가 미루고 못 보낸 적도 있고요. 완벽에 대한 부담감은 여러 수행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과제를 완벽하게 끝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일을 적당한 시점,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붙들고 있다가 마감시간을 넘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예 일을 시작하지 않기도 합니다. 대학원생 때의 사례를 기억해 보면 논문을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서, 주제 선정을 미루거나 자료 찾느라 오래 걸리고 결국에는 프로포절 마감기한에 허겁지겁한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완벽주의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완벽주의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큽니다. 연구에 의하면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며 부족한 점들을 찾아 스스로를 비하하고 그 결과 과도한 걱정과 함께 우울,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부터 자책이 우울과 관련이 있다고 했지요? 완벽주의는 자책을 자주 하게 합니다. 매사에 완벽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추적 연구 결과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은 비교적 수명이 짧은 것과 상관이 높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완벽주의와 높은 기준은 분노와 우울을 자주 경험하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완벽주의는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라 불완전합니다. 완벽주의적 생각이 있다면, 트라우마와 실수, 피해 등을 입은 자신의 삶에 대해 통합과 수용하지 못하고, 어차피 버린 몸이란 생각과 태도로 막 나가고 재난이 악순환되기도 합니다. 역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안 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한 가지 틀어지거나 잘못되면 그걸 인생의 커다란 오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흰 백지에 먹물이 튀었다. 돌이킬 수 없다." 힘든 사건, 트라우마를 표현하기도 하셨어요. 극단적인 흑백 사고로 불안과 우울이 증폭됩니다. 완벽주의는 감사할 것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게 해요. 완벽해야 한다.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불행감의 씨앗이 됩니다.          


완벽주의가 올 때 어떤 태도가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생각하는 방식과 알아차림이 도움이 됩니다. 모두가 힘든 일을 겪는다는 자비롭고 보편적인 생각이 도움이 됩니다. 잘하는 것은 좋지만 잘하려고 미루면 스트레스를 오래 받는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비 내리는 것을 스트레스가 내리는 상황이라고 했을 때, 비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일찍 우산 쓰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경험하는 것이지요. 미루지 말고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짧게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단 부족하지만 시작하세요. "결과를 두려워하기 전에 먼저 시작하라. 모든 시작은 위대하다." 실학자 정약용의 말입니다.


새해 다짐과 실천 과제를 일단 여건이 다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기꺼이 작은 것부터 시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우리는 안녕과 건강이 제일이니까요. 새해에는, 작은 일부터 부족한 대로 일단 시작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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